산업은행 3조-수출입은행 1조… 구조조정 동원됐다 대규모 적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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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금감원 ‘은행 2016 영업실적’ 발표


지난해 기업 구조조정에 동원된 국책은행들이 대규모 적자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구조조정이 다른 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국책은행의 손실이 더 불어날 소지도 있다. 이에 따라 경기 침체기마다 반복되는 ‘기업 구조조정-국책은행 부실’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 은행의 2016년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특수은행은 지난해 총 3조5000억 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특수은행은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NH농협은행, 수협은행을 말한다.

2015년 6조7000억 원이던 특수은행의 대손비용은 지난해 8조9000억 원으로 2조2000억 원 늘었다. 저(低)금리 기조에도 이자 수익이 늘어 5조5000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시중은행과는 대조적이다.

손실의 상당 부분은 지난해 진행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서 비롯됐다. 특히 산은의 손실이 컸다. 이달 말 감사보고서 발표를 앞둔 산은은 지난해 약 3조5000억 원 안팎의 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외환위기 여파로 4조 원을 웃도는 적자를 낸 1998년 이후 최악의 실적이다. 수은 역시 창립 40년 만에 처음으로 약 1조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국책은행들은 정부 정책에 따라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입은 손실인 만큼 경영 부실이 불러온 결과는 아니라고 항변한다. 산은은 대우조선과 관련해 3조5000억 원의 손실을 봤다. STX그룹의 구조조정에도 1조2000억 원을 쏟아 부었고 한진해운 청산으로 9000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지난해 ‘빅배스’(누적손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회계기법)로 9000억 원의 부실을 털어낸 대우건설 실적 역시 산은의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산은 관계자는 “구조조정 관련 손실을 제외하면 지난해 8000억 원의 흑자를 냈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 분식회계 사태의 여파로 회계법인이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점도 국책은행 성적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금융당국은 2008∼2009년 대우조선의 감사를 맡았던 삼정회계법인에 징계를 내린 데 이어 안진회계법인의 징계 발표를 앞두고 있다. 삼덕회계법인은 산은 감사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대우조선 지분을 손상차손 처리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앞으로의 상황이다. 당장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우조선은 다음 달 4400억 원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조선·해운업을 중심으로 진행된 산업 구조조정이 향후 철강 건설 석유화학 등 다른 업종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이 과정에서 국책은행의 ‘완충 여력’이 충분할지는 확실치 않다. 이에 대해 산은 측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15% 수준으로 높다”고 해명했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책은행의 부실은 불가피하지만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실이 커지기 전에 기업의 옥석을 가리는 선제적 구조조정과 국책은행의 위험 관리를 강화하고 사모펀드 등 시장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국책은행도 이제는 위험 관리를 각별히 유의해야 할 상황이다. 정치권의 입김에서 벗어나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판단을 빠르게 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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