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대출 금융사 못찾아” 분양시장 아우성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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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 현장은…

현대건설은 지난해 10월 분양한 경기 광주시 ‘힐스테이트 태전 2차’ 아파트 계약자들에게 “1차 중도금 납부 일정을 1, 2개월 미루기로 했다”고 최근 통보했다. 1차 중도금 납부 기한(15일)을 앞두고 집단대출을 맡아주겠다는 은행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단지는 분양 당시 계약률이 75%를 넘는 등 업계 안팎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던 곳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시중은행은커녕 제2금융권도 대출해주겠다는 곳이 없다 보니 불가피하게 일정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중도금 대출 등 집단대출 시장이 얼어붙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8·25 가계부채 대책’ 등의 여파다. 올 1월부터 아파트 잔금대출에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서 일각에서는 ‘대출 빙하기’가 왔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14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1월 시중은행의 집단대출 신규 승인금액 규모는 2조5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월평균 승인금액(3조9000억 원)보다 35.9% 줄어든 수치다.

집단대출 잔액도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시중은행 5곳의 1월 집단대출 잔액은 108조538억 원. 지난달 12월 2307억 원 줄어든 데 이어 1월에도 3319억 원이 감소했다.

분양 시장에는 집단대출 금융사를 찾지 못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지난해 10월 분양한 경기 화성시 ‘서동탄역 더샾 파크시티’는 계약이 100% 완료됐지만 아직까지 중도금 대출을 맡을 은행을 구하지 못했다.

계약률이 낮은 곳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과거와 달리 은행들이 시공사의 시공능력과 청약률, 입지여건 등을 꼼꼼하게 따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현대건설이 경남 창원시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아티움시티’는 계약률이 40%에 머무르고 있다. 시공사는 중도금 이자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미분양 물량을 판매 중이지만 아직까지 중도금 대출 금융사를 구하지 못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제2금융권까지 ‘계약률이 75%는 넘어야 대출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내부지침을 두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라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리까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의 집단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해 9월 3.15%에서 올 1월 3.76%까지 상승했다. 일부 지역은 5%까지 올랐다는 얘기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여건이 낫다’는 평가를 받던 서울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분양한 서울 강동구 ‘고덕 그라시움’은 결국 제2금융권에서 4.7%의 금리로 중도금 대출을 받았다. 은행권보다 1%포인트가량 높은 이자를 부담한 것이다.

금리 오름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고된 상태에서 계약자들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은행권이 금리 인상 추세에 편승해 노골적인 이자 장사를 벌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하는 과정인 만큼 큰 문제는 없다고 보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 상황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잔금대출이 더욱 깐깐해지는 점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잔금대출을 부담하는 이들은 대부분 신혼부부나 자영업자 등 실수요자인데, 소득 수준을 증빙해야 하니 수요가 많이 꺾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창규 kyu@donga.com·강성휘 기자
#집단대출#금융사#분양시장#여신심사#가이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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