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특허괴물, 국내 법인세 22억 환급소송 승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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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美특허권으로 벌어들인 소득… 국내원천소득 볼수없어 과세 못해”
국외에만 특허 등록한 美기업들… 최근 5년간 3조5000억 납부
향후 세금반환 요구 잇따를듯

 글로벌 특허 관리 전문 회사인 엔티피 인코퍼레이티드(NTP)가 국세청을 상대로 22억 원 규모의 법인세를 돌려 달라며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국외에만 등록돼 있고 국내에는 등록되지 않은 미국 특허권으로 벌어들인 소득은 국내원천소득으로 볼 수 없어 과세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이 수조 원 대의 세금 환급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국세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김정숙)는 NTP가 국세청을 상대로 낸 특허 사용료에 따른 법인세의 경정 거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NTP는 미국 주요 회사의 특허를 대신 관리해 주면서 그에 따른 로열티로 수익을 내는 이른바 ‘특허 괴물’ 회사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법인세법이 아닌 한미조세협약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미국 법인이 특허권을 국외에만 등록했고 국내에는 등록하지 않은 경우 법인세법 해석상 NTP가 얻은 특허 사용료를 국내원천소득으로 볼 수 없다”라고 밝혔다.

 앞서 NTP는 2010년 7월 미국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스마트폰 무선 e메일 전송 기술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두 회사는 특허 사용료로 NTP에 총 1230만 달러(약 148억 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고, 15% 세율을 적용해 184만5000달러(약 22억 원)를 원천징수 법인세로 관할 세무서에 납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특허권 속지주의를 따르는 한미조세협약 해석상 특허가 등록되지 않은 국가에서는 특허권 침해가 발생할 수 없다고 봤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NTP에 지급한 특허 사용료도 국내에서는 특허 사용의 대가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재판부 판결은 과거 대법원 판례를 따른 판결이다. 국외에만 등록됐고 국내에는 등록되지 않은 미국 법인의 특허권이 국내에서 제조, 판매 등에 사용된 경우 미국 법인이 사용 대가로 지급받은 소득은 국내원천소득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다.

 법조계와 산업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미국 기업들의 세금 환급 요구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1∼2015년 발생한 특허 사용료는 약 23조5056억 원, 같은 기간 미국 기업이 한국에 납부한 세금은 약 3조525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삼성전자에서 받은 특허 사용료에 대해 국세청에 납부한 법인세 6340억 원을 환급해 달라며 올해 8월 국세청에 경정 청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이날 소송에서 패소한 것에 대해 공식 견해를 내놓지 않았지만 항소할 뜻은 내비쳤다. 국세청 관계자는 “상급심에서 좀 더 면밀한 법적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신수정 crystal@donga.com / 세종=이상훈 기자
#특허#세금#환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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