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멀다하고 규제”… 얼어붙는 부동산 시장

  • 동아일보

청약제한 이어 집단대출 조여… 촛불정국-금리인상 겹쳐 찬바람
건설업계 “한치 앞도 안 보여”

“그나마 주택경기로 버텨 왔는데 이젠 그마저 힘들게 됐네요. 악재가 너무 많아 앞이 캄캄합니다.”(대형 건설사 관계자)

 내년 사업 계획을 짜고 있는 건설업계에 규제 비상이 걸렸다. 청약 규제를 강화한 ‘11·3 부동산 대책’에 이어 잔금 대출 규제 등 집단대출 문턱을 높이는 가계부채 후속 대책까지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 인상과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등 시장의 힘을 빼는 악재까지 겹쳐 건설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10대 건설사 중 상당수는 내년 주택 공급 목표치를 올해보다 10∼20% 낮춰 잡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각각 51만 채, 45만 채인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이 내년엔 40만 채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한 건설사 주택사업 관계자는 “새 금융 규제가 적용되면 부동산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사업 입지별로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연속되는 강도 높은 규제로 주택 시장 및 국가 경제 악순환이 우려된다”며 반발했다. 이날 증시에서 현대건설 주가가 전날보다 2.57% 떨어지는 등 건설업종은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현대 대우 GS건설 등 해외 수주 가뭄과 저가 수주로 인한 손실을 주택 시장 호황을 통해 메워 온 건설사들은 당장 내년 사업 계획이 고민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해외 시장이 안 좋을 땐 국내 시장에 의지하고, 국내 시장이 안 좋으면 해외 시장에 힘을 싣는 사업 구조가 깨지게 됐다”고 말했다.

 일부 대형 건설사는 해외 시장의 미개척 분야에서 돌파구를 찾을 계획이다. 그러나 주택 시장 의존도가 높은 건설사들은 마땅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당분간 오피스텔 같은 수익형 부동산 상품의 비중을 늘려 활로를 찾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정부 규제의 여파로 이번 주 서울 아파트 값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값 오름세가 멈춘 것은 올해 3월 첫째 주 이후 약 8개월(37주) 만이다. 재건축 아파트 값은 0.25% 떨어지며 지난주(―0.20%)보다 낙폭을 키웠다.

 일각에선 내년 분양 아파트부터 잔금 대출 규제가 적용돼 연말 분양하는 아파트가 ‘반짝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서울 강북에서 문을 연 ‘래미안 아트리치’(성북구) ‘신촌 그랑자이’(마포구)와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관악구) 등의 본보기집에는 4000∼5000명의 방문객이 몰렸다. 신병철 GS건설 신촌 그랑자이 분양소장은 “우려했던 것보다는 수요자들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구가인 comedy9@donga.com·천호성 기자
#주택경기#건설업#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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