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금융지주 복귀 선언한 우리銀… 빅4와 선두경쟁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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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지각변동 초읽기

 
민영화의 주춧돌을 놓은 우리은행이 내년 지주회사 체제 복귀를 선언했다. 신한·농협·KB·하나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와의 선두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지분을 매입한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등의 증권 및 보험사들은 은행과 제휴를 강화해 업종 간 경계가 불분명한 ‘회색지대’에서 활동 반경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 은행권 지주사 ‘빅 5’ 체제로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14일 사내방송을 통해 “성공적 민영화라는 변곡점을 통해 과거의 껍질을 벗고 비상할 수 있는 날개를 갖게 됐다”며 “금융지주 체계를 재구축해 대한민국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서 위상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지주회사로 복귀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 행장은 이어 금융지주사 복귀를 포함해 자산관리 경쟁력 강화, 플랫폼 네트워크 강화, 해외 부문 성장, 이종산업 진출과 투자은행(IB) 역량 강화 등 5가지를 내년 신(新)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최근 금융사 간 협업이 은행창구에서 펀드와 보험 상품을 교차 판매하는 단순한 제휴에서 원스톱 자산관리, 핀테크 서비스 등으로 발전하고 있다. 금융지주 체계 전환은 이 같은 상황에서 은행업만으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이 지주사 체제에 편입되면 자회사인 우리카드, 우리종합금융, 우리PE 등이 계열사로 분리돼 재무건전성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6월 말 기준 우리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3.67%로 시중은행 평균(15.48%)에 미치지 못한다.

 금융지주사 간 선두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신한·농협·KB·하나금융지주가 자산규모 327조∼390조 원(6월 말 기준)으로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은행이 보험, 증권사 등을 인수해 지주사 중심의 금융그룹 진용을 갖추면 ‘금융지주사 빅 5 체제’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는 현재 하이투자증권과 ING생명, KDB생명 등이 매물로 나와 있다.
○ 한국투자 등 신규 주주 행보 주목

 우리은행의 지분을 매입한 증권, 보험사들은 은행과 협업을 통해 영업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의 국내 지점은 총 903곳이다. 반면 우리은행 주주로 나선 한국투자증권의 지점 수는 92개에 그친다. 또 다른 주주인 키움증권은 오프라인 점포가 한 곳도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증권과 합병을 앞둔 KB투자증권을 비롯해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이 계열 은행 영업망을 활용해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판매하고 있다”며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은 우리은행을 통해 채널 확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내년 상반기(1∼6월) 중 지분 54%를 보유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본격 영업을 시작하면 우리은행의 경영 노하우를 활용해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사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생명보험업계 2위인 한화생명은 우리은행 지분 인수를 통해 인도네시아 등 해외 진출 교두보를 확보하고 투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했다. 박혜진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한화생명은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인 K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미국 개인 간 거래(P2P) 회사 ‘렌딩클럽’ 지분도 매입했다”며 “우리은행을 활용해 온라인 지급결제시장에 진출해 추가 수익원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중국 안방보험은 자회사 동양생명이 우리은행 주주가 되면서 국내 입지를 다지게 됐다.

강유현 yhkang@donga.com·이건혁 기자
#금융지주#우리은행#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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