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맞수는 CJ?… 왕년의 라이벌 바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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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소비재 기업들 ‘변신’ 바람

▲ 국내 드러그스토어 시장 점유율 70% 정도인 CJ의 ‘올리브영’(위쪽)에 신세계 이마트가 세계적인 드러그스토어 체인 ‘부츠’(아래쪽)와 손잡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CJ올리브네트웍스 제공·부츠 홈페이지 캡처
▲ 국내 드러그스토어 시장 점유율 70% 정도인 CJ의 ‘올리브영’(위쪽)에 신세계 이마트가 세계적인 드러그스토어 체인 ‘부츠’(아래쪽)와 손잡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CJ올리브네트웍스 제공·부츠 홈페이지 캡처
‘생존 앞에서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한 유통·소비재 기업의 최근 화두는 ‘생존’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8년째 이어진 저성장과 소비 침체로 대부분의 기업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돈 안 되는 사업을 잘라내 버리고, 돈 되는 시장에 과감히 뛰어드는 등 사업구조 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롯데, 신세계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판매하는 제품을 직접 만드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면서 기존 업(業)의 테두리를 벗어나고 있다. 이들이 식품, 화장품, 패션 제조 시장, 전문점 시장에 진출하면서 기존 시장의 강자와 새로운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저성장 시대에 최소한의 마진을 확보해야 하다 보니 업태가 무너지며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이라며 “미국에서도 30년 동안 협업관계를 이어 온 월마트와 P&G가 깨지는 등 소비시장 침체로 인해 새로운 경쟁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건강식품과 의약품 화장품 등을 파는 드러그스토어 업계는 신세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가 올해 7월 세계적인 헬스&뷰티 유통사인 영국의 ‘부츠’와 손잡고 내년 상반기(1∼6월)부터 스타필드 하남을 비롯한 주요 신세계그룹 유통망에서 드러그스토어를 운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마트와 부츠의 움직임에 누구보다 긴장하고 있는 곳은 CJ그룹의 올리브영이다. 올리브영은 국내 드러그스토어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선두 기업이다.

 신세계와 CJ는 식품 분야에서도 맞수로 떠오르고 있다. 급식사업에서 출발한 신세계푸드가 2023년 매출 5조 원을 목표로 하는 ‘종합식품기업’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린식품을 인수해 제조 노하우를 얻었고, 이마트 자체 간편식 브랜드 ‘피코크’를 개발한 최성재 대표를 포함한 이마트 출신 임원 5명이 신세계푸드로 이동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고객만족이라는 기본 ‘업’에 충실하되 변화한 시장에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찾다 보니 테두리를 벗어나게 되고 경쟁업체가 달라지기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류업계에서는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쟁 구도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이 2012년 인수한 패션업체 한섬과 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등 유통업체 간 시너지를 꾀하며 패션사업에 속도를 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매출로 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1조7383억 원)이 현대백화점그룹의 한섬(6168억 원)보다 훨씬 높다. 그러나 현재 협상 중인 SK네트웍스 패션부문 인수가 원활히 이뤄지면 현대백화점 매출이 1조2000억 원을 넘어서며 삼성을 추격하게 된다. 이미 두 회사는 고급 여성복과 수입 브랜드 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화장품 시장에서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소비재 시장 중 거의 유일하게 성장률이 높고, 해외 진출 가능성도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빅2’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지만 최근 1, 2년 사이 유통(롯데, 신세계) 외식(미스터피자) 패션(LF, 제이에스티나) 제약·바이오(셀트리온, 동국제약) 엔터테인먼트(YG, 키이스트) 분야의 기업들이 화장품 시장에 새로 뛰어들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0년 591개였던 국내 화장품 제조업체 수는 지난해 3840개로 5년 만에 6.5배가 됐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식품, 화장품 등의 분야는 생산을 대신해 줄 업체들이 풍부해 아이디어와 자본만 있으면 누구나 뛰어들 수 있는 시장이 됐다”면서 “특히 소비자를 잘 아는 유통사들이 제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분야별로 새로운 경쟁구도가 형성되고 시장도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cj#신세계#유통#소비재#부츠#올리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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