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릴 줄 모르는 지갑… 소비성향 사상최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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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70.9%… 1년새 0.7%P↓
소득최하위층 적자폭 커지고… 가계소득 빈부격차 더 크게 벌어져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국민들이 갈수록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의 씀씀이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고,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득 차이는 더 심화됐다.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2분기(4∼6월) 가계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다수 가구는 실질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가운데 소비보다는 저축을 선택했다.

올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0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8% 증가했다. 하지만 물가상승분을 고려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전년 대비 0.0%였다. 반면 가구의 씀씀이를 나타내는 평균소비성향(소비지출이 가처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9%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0.7%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100만 원을 벌면 그중 70만9000원을 소비지출에 썼다는 뜻으로, 평균소비성향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1분기(1∼3월) 이후 최저치다. 이전 최저치는 지난해 3분기(7∼9월)의 71.5%였다.

김보경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일반적으로 30, 40대 가구주의 소비성향이 높은데 고령화로 60대 이상 가구주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소비성향이 전체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최근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에너지 관련 지출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고령화와 저유가 외에도 위축된 소비심리가 소비지출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들은 2분기 동안 학원·보습교육 지출(―2.1%)과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4.2%) 등 주요소비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류·담배 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 늘었다. 담뱃값이 오른 탓도 있지만 사회적인 스트레스 수준이 올라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가처분소득 중 쓰지 않고 쌓아두는 돈인 흑자액은 1년 전보다 3.6% 늘어난 가구당 102만5000원으로 조사됐다.

한편 소득불평등은 이전보다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139만6000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줄었지만, 소득 5분위(상위 20%) 가구 소득은 821만3000원으로 1.7% 늘었다.

세종=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소비#내수#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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