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지갑 열고, 학원에 지갑 닫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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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용 통계로 본 新소비지수

조모 씨(66)는 다달이 2만4000원 정도를 병원비와 약값으로 쓴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쓰지 않던 비용이다. 2013년 병원을 찾았다가 당뇨병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돼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약을 복용하고 있다. 조 씨는 “나이가 들수록 병원도 자주 가고 약값으로 쓰는 돈도 늘었다”며 “은퇴 후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의료비 지출이 늘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2010년 이후 5년간 소비자의 지갑에 고령화와 저(低)출산의 그늘이 짙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비 지출이 크게 늘어난 반면 아이 수가 줄어 교육에 쓰는 돈은 감소했다. 민간 소비 패턴의 변화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 카드 통계로 분석 속도 빨라

11일 신한카드가 미래창조과학부, 통계청, 한국정보화진흥원과 함께 개발해 올해 말 새롭게 선보일 예정인 월간 소비지수를 분석한 결과 2010∼2015년 의료·보건업종 소비지수는 2010년 1월 96.75에서 2015년 6월 135.29로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지수는 98.15에서 111.24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의료·보건업종의 소비가 전체 업종 소비 증가 폭의 2배가 넘은 것이다.

2010년 1년 동안의 평균 소비 금액을 100으로 놓고 작성된 ‘신(新) 월간 소비지수’는 표본을 추출해 산출하는 기존 소비지표보다 20여 일 빨리 작성된다. 분기 단위로 발표됐던 업종, 지역, 소득 분위에 따른 소비 지출도 한 달 단위로 파악할 수 있다. 소비자들의 카드 이용 금액을 바탕으로 산출되기 때문에 과거 표본조사 방식보다 더 정확하다. 의료비 지출이 늘어난 이유는 급속한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고령화로 만성 질환이 많은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의료비 지출이 증가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라며 “삶의 질이 높아져 건강에 관심이 많아지고 돈도 그만큼 더 쓰게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유치원, 학원, 학교 등에서 교육에 지출된 돈은 5년 전보다 오히려 줄었다. 2010년 1월 교육업종의 소비지수는 101.6이었으나 2015년 6월 88.42로 하락했다. 2000년 이후 신생아 수가 가파르게 줄어 교육시장의 고객 수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인구절벽’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카드 가맹점도 ‘부익부 빈익빈’

기존 지표로 확인할 수 없었던 카드 가맹점 규모에 따른 소비 지출 변화도 새로운 지수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백화점 대형마트나 스타벅스 등 프랜차이즈 회사들이 속한 연매출 1500억 원 이상 대형 가맹점의 소비지수는 지난해 6월 205.3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소형(연매출 2억5000만 원 이하) 및 중형 가맹점의 소비지수는 각각 106.2, 125.8로 제자리걸음하는 모습을 보였다.

새로운 소비지수를 활용해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같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소비시장의 이상 징후를 탐지하고 대처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승은 신한카드 빅데이터컨설팅팀장은 “국가적 재난 상황뿐만 아니라 임시 공휴일 지정 등 정부 정책에 따른 소비 지출 변화를 빠르게 확인하고 이상 징후가 확인되면 즉각 대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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