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맞는 무협… 웃지못한 ‘1조 시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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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후 수출침체 벗지 못하고… 주력품목도 10년 넘게 변화없어
올해도 ‘무역 1조달러’ 불투명… “새 시장-판로 찾아야 위기 넘어”

한국 수출은 1940년대 이후 70여 년간 끊임없는 성장을 했다. 철광석(1961년)에서 의류(1980년), 반도체(2015년) 등으로 수출 1위 상품이 변화했고, 주요 수출 시장도 일본에서 미국을 거쳐 중국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최근 수출이 성장 동력을 잃고 침체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무역 규모 1조 달러 달성’이라는 목표 달성에 실패할 것이 유력하다. 수출 시장 다각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0년 동안 세계 무역시장의 정보와 동향을 한국 기업들에 제공하고 수출 인프라, 관련 제도 개선 등을 이끌어 온 한국무역협회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 이유다.

무역협회는 15일 창립 70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무역입국으로 달려온 70년, 한국무역협회’ 보고서를 11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1946년만 해도 35억 달러에 불과하던 수출액이 2011년 5552억 달러로 158배 이상으로 늘어날 정도로 고속성장을 이뤘다.

연 평균 수출 증가율도 1960년대에는 41.1%, 1970년대에는 37.6%, 1980년대에는 15.3%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1990년대 들어 수출 증가율이 10% 아래로 떨어지긴 했지만 약 30년간 연 평균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수출 경쟁력을 유지한 셈이다.

시대 변화에 따라 수출을 주도한 효자 품목도 바뀌었다. 1961년 당시 통계에 따르면 이때 ‘수출 효자’ 품목은 철광석, 중석, 생사, 무연탄, 오징어가 1∼5위를 차지했다. 1980년대에는 의류, 철강판, 신발, 선박, 음향기기로 바뀌었고 2005년에는 반도체,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선박, 석유제품이 수출을 주도했다. 산업구조 변화와 기술 개발이 수출 품목에도 변화를 가져온 것. 협회 관계자는 “1990년대 중국이 세계 시장을 잠식하며 우리나라의 섬유, 경공업 분야 수출이 크게 줄었지만 반도체와 자동차가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떠올라 재도약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요 수출 시장도 변해왔다. 1961년만 해도 일본과 홍콩이 수출 시장 1, 2위를 차지했으나 1980년에는 미국과 일본이, 2005년에는 중국과 미국으로 바뀌었다. 지난해는 1위를 차지한 중국 시장의 수출액이 미국의 2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약화된 수출 경쟁력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0년 넘게 비슷한 제품이 수출을 주도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수출 1위 품목이었던 반도체가 2015년에도 여전히 1위를 차지하고 있어 10년 넘게 1위 품목에 변동이 없었다. 2위 품목 역시 여전히 자동차였으며 선박과 석유제품 등도 여전히 10위 안에 들었다. 총 수출액 중 반도체, 자동차, 석유제품, 선박 등 10대 수출품목 비율은 총 34.6%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23.1%)이나 일본(27.6%), 중국(19.8%)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수치다. 한국의 연 평균 상품 수출 증가율은 2011년 이후 6.2%대로 떨어졌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2011년 수출과 수입을 합쳐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한 뒤 한국의 무역은 주춤거리는 상황”이라며 “새로운 수출 시장을 창출하고 판로를 모색해야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금융위기#무역1조달러#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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