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기업 처벌 강화… 최대 수백억원대 과징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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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7월 셋째주부터 즉시 시행

최근 검찰은 대우조선해양이 2012∼2014년 5조4000억 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이 혐의가 확정되더라도 현행법상 대우조선이 내야 하는 과징금은 20억 원에 그친다.

기업이 수조 원대의 분식회계를 하더라도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지적이 잇따르자 금융당국이 회계부정을 저지른 기업과 회계법인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다음 주부터 분식회계를 저지른 기업에는 최대 수백억 원대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원회는 기업이 분식회계를 행한 기간 중 사업보고서와 증권발행신고서를 발행할 때마다 한 차례씩 법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하고, 매번 최대 2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내용으로 ‘자본시장조사 업무규정’을 개정했다고 7일 밝혔다. 기존에는 기업이 아무리 오랫동안 대규모 분식회계를 저질러도 법 위반 횟수를 1회로 봤다. 개정된 규정은 다음 주 고시한 뒤 곧바로 시행된다.

만약 개정된 규정을 적용한다면 대우조선은 최대 120억 원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2012∼2014년 중 사업보고서가 3번 나왔고, 이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2013∼2015년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3차례 발행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과거 주요 분식회계 사건에 새 규정을 적용해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과징금 부과액이 평균 4배가량 높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개정된 규정은 대우조선 등 과거 사례에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분식회계를 자행한 기업에 대한 처벌 수준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올해 2월 금융당국은 STX조선해양에 1년간 증권 발행 금지, 3년간 감사인 지정의 징계를 내리는 데 그쳤다. 앞서 검찰은 STX조선해양을
2조3000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했다. 회계를 담당한 삼정회계법인도 STX조선해양 감사를 2년간 제한하고 손해배상공동기금(회계사가 감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사상 소송 등에 대비해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적립하도록 한 기금)을 30% 추가 적립하는 수준의 제재만 받았다. 앞서 3896억 원의 분식회계를 한 대우건설 역시 부과된 과징금 액수가 20억 원에 불과했다.

금융위는 또 대표이사의 품질관리 소홀로 중대한 부실감사가 이뤄진 경우 해당 회계법인 대표의 공인회계사 자격을 박탈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 법이 연내 국회를 통과하면 1년 뒤인 내년 말부터 시행된다. 현재는 부실감사가 발생해도 해당 회계사의 감사 업무를 일정 기간 제한하는 정도의 징계만 내리고 있다.

이런 금융당국의 강경한 행보에 회계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회계법인이 일감을 주는 피감 기업에 대해 ‘을(乙)’인 상황에서 부실감사를 억제하기 어렵고, 대표이사가 감사 과정 전반을 감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회계법인들이 기업 부실에 대한 ‘감시견(watchdog)’ 역할을 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해온 만큼 이번 법 개정을 계기로 회계감사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이건혁 기자
#금융위원회#분식회계#과징금#대우조선#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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