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돌아오나… ‘쌍 호재’ 설레는 부산항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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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운하 확장으로 물동량 늘어 亞 마지막 관문 입항 증가 기대
최대 해운동맹, 현대상선에 ‘러브콜’ 가입땐 이용선박 늘릴 수 있는 기회

해운 경기 불황으로 침체기를 겪고 있는 부산항이 연이은 호재로 반전의 계기를 맞았다. 파나마운하 확장 개통이라는 ‘예정된 호재’에 이어 현대상선의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 가입 추진은 ‘뜻밖의 호재’인 셈이다.

부산항은 지난해 환적화물(화물을 다른 배로 옮겨 싣는 것) 처리량이 1000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분)를 넘기며 최고 실적을 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세계경기 침체와 양대 국적선사(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경영위기로 물동량이 감소하고 있다. 부산항은 컨테이너 물동량은 올해 들어 5월까지 817만TEU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 줄어든 것이다. 그나마 5월에는 감소폭이 1.0%였지만 3월에는 2.9%, 4월에는 5.2%로 늘어났다.

하지만 하반기(7∼12월) 들어 희소식이 날아들고 있다.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파나마운하가 확장돼 부산항을 지나는 항로의 운송량이 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존에 4400TEU급 선박만 지날 수 있던 운하에 1만3000TEU급 선박까지 지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해운업계에서는 아시아에서 미국 동부를 잇는 노선의 수송능력이 평균 11.8%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부산항의 지리적 이점이 부각되고 있다. 부산항은 아시아에서 북미를 잇는 항로 중 태평양으로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화물을 실을 수 있는 허브항만이다. 이 때문에 부산항이 기항지로서 매력이 높아졌다. 부산항이 세계 5위권 대형 허브항만인 점도 유리하다. 파나마운하의 확장은 선박 대형화를 촉진한다. 선박이 커질수록 많은 항만을 들르기보다는 한번에 큰 항만에 들러 많은 물동량을 처리하는 것이 유리해진다.

여기에다 현대상선이 ‘2M’과 가입 협상 중이라는 희소식이 더해졌다. 당초 세계 해운업계가 3대 동맹 체제로 개편된 상황에서 현대상선은 어느 곳에도 끼지 못하고 한진해운이 속한 ‘THE 얼라이언스’에 가입을 요청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2M에서 가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상황이 급변했다. 유럽항로가 강한 2M으로서는 미주항로에 강점이 있는 현대상선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현대상선의 덩치가 작아 독점규제도 피해갈 수 있다.

만약 현대상선이 THE 얼라이언스에 들어간다면 한 해운동맹에 국적사가 2군데가 돼 부산항으로서는 딱히 이로울 게 없다. 하지만 두 국적사가 서로 다른 동맹에 들어간다면 각 동맹에 있는 다른 선사들의 배가 모두 부산항을 들를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2M은 세계 1위인 덴마크 머스크와 2위인 스위스 MSC로 구성돼 있다.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해사연구본부장은 “파나마운하 확장으로 해운 운임이 하락해 선사들이 더 어려워진다면 기회가 오히려 위기가 될 수도 있다”며 “항만시설사용료 등을 감면하고 일정량 이상의 화물을 맡기는 해운사에 각종 혜택을 주면서 환적서비스 경쟁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부산항#파나마 운하#물동량#해운동맹#현대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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