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마케팅에 현혹…요금 폭탄 피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0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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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회사원 김모 씨는 올 초 휴대전화를 사면서 이동통신회사 상담원으로부터 “평소 동영상을 많이 보거나 인터넷 사용량이 많다면 롱텀에볼루션(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이익”이라는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상담원은 김 씨에게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중 가장 저렴한 5만9000원대 요금제(59요금제)를 권했다. 김 씨는 이전까지 4만 원대 요금제를 쓰면서 가끔 데이터 통화량이 기본 제공량을 넘어 1만 원 가량의 추가비용을 부담하던 터여서 망설임 없이 가입했다.

몇 달 뒤. 김 씨는 우연히 자신의 휴대전화 사용내역을 조회하다가 그간 적잖은 손해를 입었음을 깨달았다. 59요금제의 월 데이터 기본 제공량은 11기가바이트(GB). 하지만 그가 실제 사용한 월 평균 데이터 소비량은 6GB 수준에 불과했다. 한 단계 아래의 51요금제(기본 제공량 6.5GB)에 가입해도 데이터 사용량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었던 셈이다.

김 씨처럼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한 가입자 가운데 약 절반은 현재 요금제보다 현저히 적은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장년층 가입자들은 데이터를 1GB도 채 쓰지 않는데 이통사의 ‘불안 마케팅’에 휩쓸려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한 사례도 많다. 이 경우 1GB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했을 때보다 연간 36만 원 가량 불필요한 요금을 지출해야 한다.

○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 기본 제공량 40% 소진

20일 미래창조과학부,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등에 따르면 1분기(1~3월) 이동통신회사가 제공하는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 가운데 절반은 월 5GB 미만의 데이터를 사용했다. 무제한 요금제를 가입하면 통상 10GB 이상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데 상당수가 절반만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전체 LTE 가입자는 4293만 명이다. 이 가운데 20%인 838만 명이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해 있다. 이들 중 상위 10%는 월 평균 26.7GB의 데이터를 사용하지만 나머지 90%는 1.8GB만 이용하고 있다. 이용 편차가 심하다는 말이다. 상위 10%는 무제한 요금제 효과를 톡톡히 보겠지만 하위로 내려가면 돈만 내고 제대로 된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기본으로 제공되는 LTE 데이터를 소진해도 느린 속도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을 말한다. SK텔레콤은 ‘밴드 데이터’, KT는 ‘데이터 선택’, LG유플러스는 ‘데이터’ 등의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요금제 가격은 통상 월 5만9000원(데이터 기본 제공량 11GB)부터 시작되며, 데이터 기본 제공량에 따라 6만9000원(16GB), 8만 원(20GB), 10만 원(35GB)으로 각각 구분된다.

○ “이통사, 자발적 요금제 컨설팅 필요”


이용자들이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선호하는 것은 ‘요금 폭탄’에 대한 두려움 때문으로 분석된다. 포털사이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동영상, 게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접하다보면 데이터 요금이 나도 모르게 과도하게 청구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또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구매하면서 거액의 공시지원금을 받기 위해 가입했던 고가 요금제를 추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했던 가입자가 데이터 사용량에 맞춰 요금제를 하향 조정하면 1인당 평균매출(ARPU)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적극적으로 이 같은 사안을 고치지 않고 있다. LTE 보급률이 각 이통사마다 약 80%에 이를 정도로 포화됐고, 무선인터넷 관련 ARPU 성장세도 2014년 경부터 정체된 상태다. 이통사 처지에선 무제한 요금제가 짭짤한 수익을 안겨주는 효자인 것이다.

최동녕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정책팀장은 “이통사가 고객들로 하여금 데이터를 초과하면 요금이 많이 나온다는 식으로 불안감을 조장해 실제로 많이 쓰지 않는 사람들도 비싼 요금제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며 “이통사가 자발적으로 나서 소비자에게 사용량을 분석해서 적합한 요금제를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fighter@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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