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회장 책임 못 묻고… 뒷북친 감사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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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자회사 부실 키운 국책銀]
감사 착수 6개월 지나서야 발표… 홍기택 前회장 이미 자리 옮겨
“감사범위 밖” 산피아 문제 외면

15일 오전에 열린 감사원 ‘금융공공기관 출자회사 관리실태’ 브리핑.

유희상 산업금융감사국장은 “이번 감사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가 의심되는 정황을 최초로 확인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대우조선이 2013∼2014년 영업이익 1조5342억 원을 부풀리면서 ‘임의로’ 공사 원가를 적게 산정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것이다.

대우조선은 올해 3월 2013∼2014년 재무제표에 영업손실 2조 원을 스스로 반영하는 정정 공시를 했다. 이미 분식회계가 의심됐던 만큼 이번 감사에서는 어떻게 분식회계가 가능했는지, 왜 부실을 방치하는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됐는지 구조적인 문제점을 짚었어야 했지만 그런 언급은 없었다.

지난해 7월 대우조선의 숨겨진 대규모 손실이 드러나면서 이를 관리했던 KDB산업은행 책임론이 불거졌다. 감사원은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지난해 10∼12월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 감사에 착수했고, 6개월이 지나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되던 올해 2월 관리·감독 부실의 최종적 책임이 있는 홍기택 당시 산은 회장이 퇴임했다. 이 때문에 직접 징계 대신 인사자료를 기획재정부와 인사혁신처에 통보하는 것으로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다. 게다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리스크담당 부총재로 이미 자리를 옮긴 터였다. 퇴임한 홍 전 회장이나 김용환 전 수출입은행장에 대해 정부가 내릴 수 있는 조치는 없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홍 전 회장은 정부가 파견한 이사와 달리 AIIB가 직접 채용한 사람으로 정부가 조치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 대신 분식회계 경고음을 울리는 ‘재무이상치 분석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책임은 당시 A 실장과 B 팀장의 ‘업무 태만’으로 결론 내렸다. 대우조선이 분석 대상(정부·산은 50% 이상 출자회사는 제외)인 줄 몰랐다는 해명에 따라 경징계를 권고했다.

감사원은 ‘산피아(산업은행+마피아)’ 관행에 대해서도 감사 범위를 벗어난다며 외면했다. 산은이 대우조선의 최대 주주가 된 2000년부터 대우조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김유훈 김갑중 김열중 등 ‘산피아’ 출신의 차지였다. 2008년부터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 18명 중 12명은 ‘정피아, 관피아’였다.

우경임 woohaha@donga.com / 세종=손영일 기자
#산은#감사원#국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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