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펀드, 해운-조선 살리는 ‘신의 한수’ 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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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4000억 규모로 선박건조 지원… 채무조정 끝낸 현대상선 혜택 기대
수주가뭄 조선사도 일감 획득 효과

“선박펀드가 해운사와 조선사를 한번에 구원하는 ‘신의 한 수’가 될 겁니다.”(금융당국 고위 관계자)

현대상선이 용선료(선박 사용료) 인하와 채무재조정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잇달아 해결하며 법정관리의 위기에서 일단은 벗어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난해 부실 해운사의 경영 개선을 돕기 위해 발표했던 선박 신조(新造) 지원 프로그램(선박펀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상선은 채권단의 출자전환 등 남아 있는 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부채 비율이 떨어져 선박펀드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선박펀드를 활용하면 해운사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배를 빌리고, 수주 가뭄에 시달리는 조선사들은 일감을 얻을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민관 합동으로 12억 달러(약 1조4000억 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만들어 나용선(裸傭船) 방식으로 선박 건조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반 금융회사들이 60%, 국책 금융기관이 30%, 해운회사가 10%의 돈을 대 선박을 건조하면 해운회사들이 용선료를 지급하고 이를 빌려 쓰는 구조다. 선박의 소유권은 선박펀드에 있으며 선박의 관리, 추후 매각도 펀드에서 책임진다. 높은 용선료 부담에 시달리던 해운회사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선박을 빌리고 추후 선박 처리에 대한 리스크도 덜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이런 프로그램을 내놓은 것은 해운회사들이 구조조정과 채권단 지원으로 당장의 고비는 넘길 수 있더라도 초대형 선박을 운용하지 못하면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대형 해운사들은 기름은 적게 먹고 한 번에 더 많은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선박으로 무장하며 수송 원가 낮추기에 ‘올인’하고 있다. 반면 중대형 컨테이너선이 대부분인 국내 해운회사들은 이 같은 ‘규모의 경쟁’에서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해운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부채 비율을 400% 아래로 떨어뜨리는 해운사에 한해 이런 지원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선박펀드 방안이 처음 발표됐을 때만 해도 업계의 반응은 싸늘했다. 당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부채 비율은 각각 816.6%, 1565%에 달했기 때문에 선박펀드의 지원을 받는 게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구조조정이 예상보다 수월하게 진행되면서 현대상선은 조만간 이 프로그램에 참가할 자격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채권자 채무조정에 성공한 현대상선이 다음 주 용선료 협상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통해 부채 비율을 200% 안팎으로 크게 낮출 수 있다.

한편 해운동맹 ‘THE 얼라이언스’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상선은 2일 기존 회원사인 한진해운에 사실상 협조를 요청했다. 김정범 현대상선 비상경영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굉장히 예민한 문제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국적 선사끼리 상생 모드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이 얼라이언스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회원사들이 만장일치로 가입에 찬성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멤버 중 하나인 한진해운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진해운 측은 “현대상선이 가입을 정식으로 신청하면 회원사들이 가입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김성규 기자
#선박펀드#해운#조선#현대상선#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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