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좋은 상품 저가에 골라 담는다” 적립식 펀드의 ‘귀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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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프라이빗뱅커가 조언하는 적립식 펀드 투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동안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적립식 펀드가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년째 하락하던 판매 잔액은 상승세로 돌아섰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및 해외주식 투자전용펀드(비과세 해외펀드) 도입으로 적립식 펀드를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킨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문제는 적립식 펀드의 수익률이다. 한국 코스피를 비롯해 글로벌 증시가 전반적으로 침체를 겪으면서 대부분의 펀드 수익률이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일각에서 적립식이 거치식보다 수익률이 낮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펀드 가입자들을 망설이게 하고 있다.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들은 적립식이 유리한 펀드를 골라 장기 투자하면 원하는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살아나는 적립식 펀드 투자

적립식 펀드의 판매 잔액은 2014년부터 소폭이나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적립식 펀드의 판매 잔액은 47조5925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말 46조6876억 원보다 소폭 늘어난 수준이다. 펀드 열풍이 불던 2008년 말(76조5781억 원) 규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자금 유입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변화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강원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ISA와 비과세 해외펀드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적립식 펀드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체 펀드 판매량에 비하면 적립식 펀드 비중은 아직도 낮은 수준이다. 2008년 전체 펀드 판매금액의 21%를 차지하던 적립식 펀드는 현재 11.4%로 절반 가까이 낮아졌다. 반면 펀드 전체 판매 금액은 2008년 353조 원에서 417조 원으로 약 18% 증가했다. 새로 펀드에 가입하는 투자자들의 대부분이 거치식을 선택했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이 적립식 펀드 가입을 주저하는 건 거치식보다 수익률이 낮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펀드 가입 시점에 따라 적립식 펀드 수익률이 높을 때도 있어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이 국내 공모펀드 중 규모가 가장 큰 ‘신영 밸류 고배당 주식형 펀드’ C클래스에 매달 1일 50만 원씩 투자한 적립식 펀드와 거치식 펀드가 16일까지 수익률을 얼마나 냈는지 비교했다. 지난해 4월 1일 투자를 시작했을 경우 거치식의 수익률은 6.11%로, 적립식 수익률 2.47%보다 높았다. 하지만 지난해 5월 1일 투자를 시작한 경우 거치식의 수익률은 0.45%에 머물렀지만 적립식은 2.19%로 나타났다. 황윤아 제로인 연구원은 “투자 시점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크기 때문에 어떤 투자 방법의 수익률이 높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말했다.

채권혼합형, 해외주식형 펀드는 적립식이 유리


증권사 PB들은 적립식 펀드는 각종 변수가 많은 변동성 증시에서 효과를 발휘한다고 말한다. 적립식 펀드를 통해 자연스럽게 분할 매수 전략을 사용하게 되며, 좋은 상품을 저가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조본치 신한금융투자 강남지점 PB는 “중국이나 일본 등 변동성이 큰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는 거치식보다 적립식이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PB들은 적립식 펀드 투자에 어울리는 펀드로 채권혼합형 펀드를 꼽았다. 채권 투자를 통해 수익률은 안정적으로 가져가고, 일부 주식 투자로 추가 수익을 노리는 이 펀드들은 기준가격이 상대적으로 적게 변해 적립식 투자를 해도 부담이 없다는 게 이유다. 김재동 한국투자증권 영등포PB센터장은 “미래에셋 고배당포커스30 채권혼합형 펀드 등은 중위험 이하 투자 성향을 가진 투자자가 리스크(위험)를 감내하기에 알맞아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PB들은 해외주식형 펀드도 적립식 투자에 적합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중국 등 신흥시장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적립식 투자로 위험 요소를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진 유안타증권 W프레스티지 강북센터 PB는 “해외시장은 가격 변동을 야기할 변수가 많지만, 장기적 투자 전략을 세워 접근하면 투자 효과를 볼 수 있는 곳”이라며 “비과세 해외펀드나 ISA에 편입해 장기 보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money&life#적립식 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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