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원유’ 빅데이터 한국은 규제 벽에 막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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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활용 못해 AI 열등생 전락… 4차 산업혁명 경쟁서 도태 위기

애플의 비서 서비스인 ‘시리’는 사람의 목소리를 인식해 대답해주는 인공지능(AI)이다. 로그 기록과 위치 정보 등 사용자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면서 진화하고 있다.

한국 기업도 유사한 음성인식 AI를 내놓고 있지만 미국보다 기술이 뒤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개인정보 활용이 까다로워 AI가 자기 학습을 할 사용자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정보통신기술(ICT) 시대의 ‘원유’로 불리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AI 사물인터넷 등에서 ‘4차 산업혁명’ 경쟁에 나섰지만 한국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데이터 활용이 규제와 국민의 불신으로 막혀 있어서다. ICT 업계는 선진기업의 기술을 모방하는 과거 한국 기업의 ‘빠른 추격자 전략’이 4차 산업혁명 경쟁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 현재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불과 1, 2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산업 데이터를 제외한 △개인정보 △정부 공공데이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빅데이터 빈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ICT 전문가 모임인 창조경제연구회 분석에 따르면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서 한국어로 된 데이터 양은 분류 주제어 기준으로 영어(500만 개)나 독일어(188만 개)는 물론 베트남어(114만 개)보다도 뒤처진 33만 개다.

다국적 로펌인 ‘호건 러벨’이 각국의 개인정보 규제 현황을 조사한 보고서에서도 한국을 아시아에서 개인정보를 활용하기 가장 어려운 국가로 분류했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기업과 정부가 아무리 기술을 개발해도 데이터가 없으면 ‘연료 없는 자동차’에 불과하다”며 데이터 활용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18일 대통령 주재의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규제 완화를 통해 빅데이터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정세진 mint4a@donga.com·임우선 기자
#빅데이터#규제#4차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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