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대기업까지 군침… 유암코, 구조조정 시장 ‘메기’로 뜰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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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도 적극… 부실기업 정리 활력 기대

지난해 구조조정 전문회사로 재탄생한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부실채권 인수는 물론이고 기업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시장에서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국책은행 중심의 부실기업 정리가 난관에 봉착하면서 유암코가 구조조정 시장의 새로운 ‘메기’가 될지 주목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유암코는 채권은행들로부터 채권을 넘겨받아 선박용 기계 제조업체인 오리엔탈정공의 구조조정에 나선 상황이다. 금속제조기업 영광스텐, 휴대용 배터리 보호회로 개발기업인 넥스콘테크놀로지 채권단과도 채권 인수 방안을 두고 협상 중이다. 이 밖에 국제종합기계 인수에도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비록 고배를 마셨지만 최근 중견 건설사인 동부건설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김두일 유암코 이사는 “앞으로도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 매물을 꾸준히 인수 대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암코는 또 IBK기업은행과 5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어 기업은행 거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출자전환 등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중은행들이 공동 출자해 만든 유암코는 원래 부실채권 처리만 담당하던 전문회사였다. 하지만 민간 중심의 기업 구조조정을 활성화하려는 금융당국의 의지에 따라 작년 말부터 기업 구조조정 전문회사의 역할을 맡았다.

초기에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기존 채권단 위주의 구조조정이 한계에 부딪힌 것은 사실이지만 부실채권 처리만 해왔던 유암코가 과연 효과적인 구조조정을 수행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의견이 많았다. ‘1호’ 구조조정 대상인 오리엔탈정공을 선정하기까지도 적잖은 시간이 걸려 “적극성이 떨어진다” “채권 인수 속도가 너무 더디다”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최근 부실기업 처리가 산업계의 이슈로 부각되면서 유암코는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금까지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진행 중인 매출 1000억 원 안팎의 중견기업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삼았지만 앞으로는 매출 5000억 원이 넘는 대기업, 워크아웃 전의 중소기업 등으로 그 범위를 차차 넓힐 계획이다. 구조조정의 성공사례도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유암코가 2014년 인수한 제지기업 세하는 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 올 1분기(1∼3월) 15억8600만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유암코가 상대적으로 편한 ‘먹잇감’만 노린다는 불만도 있다. 채권단 간 의견 조율이 쉽지 않거나 재무구조가 열악한 기업들은 꺼린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유암코는 ‘존재의 이유’가 구조조정이 어려운 기업들을 책임지는 것인데, 초기 성과를 지나치게 의식한 탓인지 회생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만 찾는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유암코는 구조조정 대상 선정 및 채권 인수가격 등을 놓고 시중은행들과 갈등을 빚는 일도 종종 있다. 익명을 요청한 금융권 관계자는 “유암코의 구조조정 1∼3호 기업은 모두 주채권은행이 KDB산업은행”이라며 “시중은행과 의견 조율이 어려우니 ‘얘기가 잘 통하는’ 국책은행을 사업 파트너로 삼은 결과”라고 꼬집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박희창 기자
#유암코#연합자산관리#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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