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그랜드 세일’ 반짝소비… 부가세 4조5000억 더 걷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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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만 호황’ 1분기 세수 14조 증가

“지난달 25일까지 진행된 1기 부가가치세 예정신고·납부부터 정확히 올해 경기를 반영한 세수 실적이 나온다고 보면 됩니다.”

구조조정의 여파로 가계와 기업의 수입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는데 1분기(1∼3월) 국세수입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조8000억 원이나 증가하자 정부는 난감해하는 모습이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소득증가율은 1.6%로 2009년(1.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1.8%로 1998년 외환위기(5.3%),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3.7%)보다도 낮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분기 세수 증가는 지난해 4분기(10∼12월) 경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현재 경기 체감도와는 2∼3개월의 시차가 있다”며 “올해 경기 상황은 4월 국세수입 실적부터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분기 국세수입 증가는 부가세, 법인세, 소득세 등 ‘3대 세목’이 이끌었다. 전체 세수 증가폭 중 이들 3대 세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이었다.

세수가 가장 크게 증가한 세목은 부가세였다. 올 1분기 부가세 수입은 14조8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조5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부가세 실적은 직전 분기의 소비와 직결된다. 정부가 내수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할인행사를 내놓은 데 힘입어 지난해 4분기 소비는 1.4% 증가했다. 이는 2009년 이후 6년 만에 최고 증가율이었다.

법인세의 경우 지난해 말 법인 실적이 개선되면서 3조 원이 더 걷혔다. 올 3월 법인세를 신고하는 12월 결산법인의 세전 순이익은 2014년 53조4000억 원에서 지난해 63조4000억 원으로 18.7% 증가했다. 실적 개선과 함께 기재부가 주목하는 부분은 ‘비과세·감면 정비’ 효과다. 그간 정부는 법인세율을 올려 복지재원과 구조조정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세율 인상보다는 비과세·감면 축소가 세수 확보에 더 효과적”이라고 반박해 왔다.

소득세 역시 지난해보다 3조6000억 원 증가했다. 지난해 말 부동산 거래로 발생한 양도소득세 납부가 1분기에 이어지고 있는 데다 근로자들의 명목임금이 상승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2분기(4∼6월)에는 1분기 경기가 반영돼 국세수입 증가폭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분기 1.4%였던 민간소비 증가율이 올 1분기 ―0.3%로 곤두박질치면서 부가세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반면 대기업들이 법인세를 분납하는 것을 감안할 때 4월 법인세 실적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많이 걷혔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득세는 1분기와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세수입은 늘었지만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연초에 재정 지출을 집중적으로 늘리면서 재정수지는 여전히 적자상태다. 올해 1분기 누계 총수입은 103조4000억 원이었던 반면 총지출은 117조5000억 원에 달해 ‘통합재정수지’는 14조1000억 원 적자였다. 다만 국세수입이 증가한 탓에 적자폭은 지난해보다 2조1000억 원 줄어들었다.

실제 나라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되는 ‘관리재정수지’도 23조4000억 원 적자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상반기에 재정을 조기 집행하다 보니 2분기까지는 보통 적자폭이 커진다”며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부가가치세#구조조정#세수#그랜드 세일#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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