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출신 첫 대기업 카카오, 몸집 70배 큰 삼성과 동일 규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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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2016년 대기업집단 65곳 지정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린 롯데와 한화가 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자산 총액 5조 원 이상 대기업 집단 현황에서 약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업을 제외하고 재계 서열 5위인 롯데는 4위 LG와의 간격을 좁혔고 한화는 순위를 4계단 끌어올렸다.

대기업 집단의 부채비율(98.2%)은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이후 처음으로 100% 아래로 떨어졌다. 대기업의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당기순이익도 늘었지만 매출이 줄어 ‘불황형 흑자’ 현상이 나타나는가 하면 대기업 간 양극화도 두드러졌다.

○ 재계 순위 경쟁 치열

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지정된 65개 대기업이 거느린 계열사는 총 1736개다. 또 이들의 총자산은 전년(2258조 원)보다 79조 원 증가한 2337조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대기업 자산 총액 순위는 삼성(348조2000억 원)이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차지했고, 현대자동차(209조7000억 원)가 한국전력공사(208조3000억 원·3위)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지난해 28위였던 동부(8조2000억 원)는 구조조정 여파 때문에 45위로 추락했다.

롯데는 활발한 M&A를 통해 기업 규모를 빠르게 키워나가며 LG의 4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롯데는 삼성, 현대차, SK, LG에 이어 5위(공기업 포함하면 7위)지만 자산 총액이 103조2840억 원으로 4위인 LG(105조8490억 원)와의 차이가 2조5650억 원에 불과하다. 롯데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보다 9조9000억 원이 증가했고, 계열사 수는 80개에서 93개로 13개 늘었다. 반면 LG의 자산 규모는 이 기간 동안 4000억 원 늘고, 계열사 수는 63개에서 67개로 4개만 증가했다.

한화는 삼성으로부터 4개 계열사를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자산이 16조7000억 원 늘어나 대기업 집단 가운데 증가 규모가 가장 컸다. 공기업을 제외하면 지난해 12위에서 8위로 점프했다. 한화의 자산 총액은 54조7000억 원, 계열사 수는 57개다.

국내 대기업 집단은 전년에 비해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당기순이익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이익은 55조 원으로 전년(42조 원)보다 13조 원 늘었다.

하지만 대기업의 매출액은 3년 연속 감소하며 ‘불황형 흑자’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올해 지정된 대기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1403조4000억 원으로 전년(1505조1000억 원)보다 6.8%(101조7000억 원) 감소했다. 대기업 매출액은 2013년부터 줄어들고 있는데 2013년 ―0.2%, 2014년 ―2.0%로 점차 감소 폭이 확대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대기업 매출이 감소한 가장 큰 원인을 저유가로 꼽았다. 김정기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지난해 감소한 대기업 매출액 100조 원 가운데 70조 원가량이 유가 하락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간 양극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었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상위 4개 기업집단의 자산규모 총액은 824조6000억 원으로 30대 대기업 집단 총액의 53.3%를 차지했다. 또 이들 4개 그룹의 당기순이익은 44조8000억 원으로 30대 대기업 총액(47조3000억 원)의 95%에 달했다.

한편 이날 공개된 롯데의 기업집단 현황에서 동일인(총수)은 신격호 총괄회장으로 예전과 동일하게 유지됐다.

○ 8년째 ‘자산 5조 원 이상’ 낡은 족쇄 논란


현재 대기업 지정 기준인 ‘자산 5조 원 이상’은 2009년부터 8년째 적용되고 있다. 대기업 집단은 2009년 48개에서 현재 65개로 늘어났다.

문제는 65개 대기업 집단의 자산 규모의 차이다. 카카오(5조1000억 원)는 자산 규모가 약 70배 큰 삼성(348조 원)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자산 규모 2조 원에서 5조 원 미만의 기업에 적용되는 주요 규제는 21개지만 자산이 5조 원 이상으로 늘면 규제도 44개로 불어난다. 대기업으로 지정되면 계열사 간 상호출자, 신규순환출자 및 채무보증이 금지되고 소속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며, 기업집단 현황 공시 등 공시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올해 카카오, 셀트리온 등 창업한 지 10여 년에 불과한 기업들이 대기업 집단에 지정되면서 지정 기준을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종=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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