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4대 법안 국회서 표류… 야권-노동계는 반대입장 고수
“규제 거의 없는 유럽, 임금격차 적어… 정부가 파견직 처우 개선 노력해야
서울 영등포구에서 기계부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이모 대표는 지난해 인터넷과 생활정보지 등에 구인광고를 냈지만 아직까지 입사지원서를 단 한 통도 받지 못했다. 이 대표는 “요새 젊은 사람들은 기름 만지고 먼지 날리는 곳에서 일하기 싫어한다”면서 “우리 산업의 기초를 세운다는 자부심으로 버텨왔지만 요즘처럼 힘이 빠질 때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직원 10여 명의 평균 연령은 이미 50대를 훌쩍 넘었다. 젊을 때 일을 시작해 20년 가까이 함께 일해 온 직원들만 현장을 지키고 있고 20, 30대는 아예 없다. 이 대표는 “공장이 기계화되면서 컴퓨터에 익숙한 인력이 점점 더 필요한 상황이지만 오겠다는 사람은 없어 십년도 못 가 공장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특히 금형 주조 용접 열처리 같은 ‘뿌리산업’ 현장에 사람이 없어 아우성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내년 뿌리산업 부족 인력은 5만5000명으로 2012년에 비해 3배 이상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뿌리산업의 인력난이 악화될 것이란 얘기다.
새누리당은 이인제 의원 대표발의로 지난해 9월 뿌리산업에 파견 근로를 허용해 인력난을 완화하자며 파견근로자보호법(파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컴퓨터 관련 업무, 통역사, 주유원 등 32개 업종에만 제한적으로 파견을 허용하고, 제조업종에는 파견을 금지하고 있다. 파견법 개정안은 직접 생산 공정 업무가 아니면 55세 이상 장년층에는 파견 업종 제한을 풀고 뿌리산업에도 파견을 허용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부는 파견법 개정으로 3만6000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이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너도나도 자영업으로 뛰어들면서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파견 허용 업종이 늘어나면 자영업자 중 일부가 파견직 일자리로 이동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야당과 노동계는 노동자의 권리와 지위가 열악해진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뿌리산업이나 55세 이상 고령자에게 파견이 적용되면 제조업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고, 한국노총도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 한 파견 확대는 젊은층 일자리 감소로 귀결될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파견법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 속에 파견법을 포함한 노동개혁 4대 법안이 국회에서 표류중이다. 정부 여당은 19대 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법안 통과가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파견 허용 업종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파견 일자리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본다”며 “다만 파견직 일자리의 임금과 복지를 끌어올리고, 정규직이 파견직으로 대체되지 않도록 하는 정부의 노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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