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용선료 사슬’ 풀어야 회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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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29일 조건부 자율협약… 1조2000억원 채무 유예

현대상선 채권단이 29일 조건부 자율협약을 체결하고 현대상선의 채무를 유예해줄 예정이다. 다만 이 같은 채권단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현대상선의 정상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장은 “현대상선은 답이 나오지 않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결국 용선료(선주에게 주는 선박 대여료) 협상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28일 “용선료 인하와 사채권자들의 채무 재조정을 전제로 한 조건부 자율협약에 채권금융기관들이 어느 정도 합의한 상태”라며 “채권금융기관들이 현대상선의 채무를 잠정 유예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이 산업은행과 수출입·기업·국민·우리·하나은행·신용보증기금 등 금융기관에서 짊어진 부채는 대출액 1조 원에 회사채 2000억 원을 더한 총 1조2000억 원가량이다.

한때 현대상선의 회생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선이었던 채권단이 비록 조건부지만 자율협약에 동의하고 나선 것은 용선료 협상에서 일말의 희망이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매출이 5조7686억 원인 현대상선은 용선료로만 1조8793억 원을 쓰며 살인적인 ‘용선료의 저주’에 시달렸다. 한창 해운경기가 호황일 때 장기 계약을 한 탓에 현대상선은 계속 시세보다 비싼 용선료를 내왔고 재무상황은 악화 일로를 걸었다. 결국 현대상선은 지금의 용선료 수준을 약 20∼30% 인하하는 것을 목표로 선주들과의 재협상에 나섰다.

지금까지 분위기는 일단 나쁘지 않다. 지난달부터 해외 선주들을 찾아다닌 협상단은 현재 1차 협상을 끝내고 구체적인 가격 조건을 협의하기 위한 재협상 일정을 잡고 있다. 현대상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용선료를 아예 받지 못할 우려가 큰 데다, 해운 시황이 워낙 안 좋아 마땅히 배를 빌려줄 다른 선사를 찾기도 힘들다고 선주들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용선료 협상이 성과를 거두면 공모채 만기연장 등 채무조정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17일 사채권자 집회에선 다음 달 7일 만기가 돌아오는 1200억 원 규모 공모채의 3개월 만기 연장이 불발됐다. 그러나 금융당국 관계자는 “㈜STX도 여러 차례 불발 끝에 사채권 만기연장에 성공했다”며 “용선료 협상에 성과가 생기면 다시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설득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채권단이 서둘러 자율협약을 개시한 것도 사채권자들의 만기연장을 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압박 카드’로 풀이된다.

다만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채권단 지원, 용선료 협상, 사채권자의 채무조정 등 3박자가 동시에 맞아야 한다”면서 “여전히 회생에 이르기까지 걸림돌이 너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 협상에 성공해 회생하느냐는 한국뿐 아니라 해외 해운업계의 큰 관심사다. 다른 글로벌 해운사들도 역대 최저수준의 운임을 받으며 경영상황이 악화돼 선주들과의 용선료 재협상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컨테이너선 운임지수인 중국발컨테이너운임지수(CCFI)는 최근 700 선도 무너져 670대를 나타내고 있다. CCFI는 2014년에는 1000∼1100 수준이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용선료 인하에 성공하면 전 세계적으로 용선료 재협상을 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김성규 기자
#현대상선#채무유예#용선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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