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일감 몰아주기’ 첫 제재 착수

  • 동아일보

계열사 2곳 부당지원 혐의 확인
공정위, 이르면 4월 최종 결론… 현대 “심사보고서 검토 뒤 소명”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를 확인하고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현대그룹에 대한 공정위 제재가 확정되면 총수 일가가 대주주인 대기업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이 지난해 2월 발효된 후 처음 적용되는 사례가 된다.

21일 공정위는 현대증권과 현대로지스틱스가 계열사를 부당 지원하고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금지 조항을 어겼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심사보고서에는 현대로지스틱스가 2013, 2014년 현대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부당하게 내부 거래를 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증권과 현대로지스틱스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매제(妹弟)가 보유한 회사 두 곳에 일감을 집중적으로 몰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총수 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인 대기업의 내부 거래액이 연 200억 원을 넘거나 연 매출액의 12%를 넘는 경우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다.

공정위의 조사 결과 현대증권은 지점용 복사기를 임차 거래하는 과정에 현대그룹 계열사 에이치에스티를 추가해 ‘통행세(중간수수료)’를 받도록 했다. 거래 과정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는 에이치에스티가 부당이득을 취하도록 한 것이다. 에이치에스티는 현 회장 매제인 변찬중 씨가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으며 총수 일가의 지분이 95%에 달한다. 에이치에스티의 2014년 기준 매출액은 99억5600만 원인데 현대증권 등 현대그룹 국내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69억8800만 원을 거뒀다.

현대로지스틱스가 택배송장용지 납품업체 쓰리비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준 정황도 포착됐다. 쓰리비도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현대로지스틱스는 다른 경쟁회사에 비해 상당히 높은 가격으로 쓰리비에서 택배운송장을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쓰리비의 2014년 매출액은 34억8900만 원으로 이 가운데 32억8300만 원이 현대로지스틱스와의 거래에서 나왔다.

현대그룹 측은 공정위의 조사 결과에 대해 “심사보고서를 법률적으로 면밀히 검토해서 의견서를 통해 잘 소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2, 3주간의 의견 제출 기간이 끝나고 이르면 다음 달 전원회의를 열어 제재 여부를 최종 심결할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총수 일가에 3년 이하 징역형과 2억 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질 수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5월 한진을 시작으로 현대, 하이트진로, 한화, CJ 등 5개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조사해 왔다.

세종=박민우 minwoo@donga.com / 김성규 기자
#현대#일감몰아주기#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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