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그룹, 2015년 투자집행률 92.6%에 그쳐 “올해 경영여건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9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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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은 2011년부터 추진하던 카자흐스탄 석유화학 플랜트 사업과 풀리실리콘 생산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지난해 중단시켰다.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신규 석유화학 생산공장의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게 됐고 태양광 시장도 부진에 빠졌기 때문이었다.

국내 30대 그룹의 지난해 실제 투자액이 116조6000억 원으로 연초 목표치였던 125조9000억 원의 92.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으로 수출과 내수가 동반 부진하면서 경영여건이 크게 악화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30대 그룹은 올해도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고 보수적인 투자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 “올해 경영여건도….”

9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30대 그룹은 올해 총 122조7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목표치 대비 2.5% 줄어든 수치다.

30대 그룹은 2014년 초 118조8000억 원 규모 투자계획을 세웠지만 목표치의 98.1%인 116조5000억 원만 집행했다. 지난해는 전년 대비 6.0% 많은 투자목표를 설정했지만 집행 비율은 90%대 초반에 그쳤다. 기업들이 올해는 아예 목표치부터 하향조정한 것은 경영환경을 그만큼 부정적으로 보고 있어서다.

전경련이 투자계획과 함께 실시한 ‘2016년 경영환경 전망 설문조사’에서 30대 그룹 중 24곳(80.0%)이 올해 경영여건이 지난해보다 ‘소폭 악화’ 또는 ‘대폭 악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4곳(13.3%)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가 지난해보다 ‘소폭이나마 나아질 것’이라는 답변은 2곳(6.7%)에 불과했다.

예상 경제회복 시기에 대해서는 30대 그룹 중 17곳(56.7%)이 ‘2018년 이후’로 전망했다. ‘2017년 하반기(7~12월) 이후’와 ‘2017년 상반기(1~6월) 이후’가 각각 4곳(13.3%), 8곳(26.7%)이었다. 1곳을 제외한 모든 기업들이 내년 이후에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올해 경영전략 키워드로 ‘사업구조조정 등 경영내실화’(70.0%)를 가장 많이 꼽았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지난해 전 세계 교육량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하는 등 대내외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며 “기업들의 투자 노력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완화 및 신성장동력 지원책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정부는 투자환경 개선 약속

올해 30대 그룹은 시설투자에 90조9000억 원, 연구개발(R&D)투자에 31조8000억 원을 각각 투입한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착공한 경기 평택시 반도체단지 건설이 가장 대표적인 프로젝트다. 삼성은 2018년까지 15조6000억 원을 투자해 1단계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친환경 및 스마트차량 개발에 2018년까지 13조30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SK그룹의 경우 SK하이닉스가 올해 5조4000억 원 규모 설비투자에 나선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도 인프라 투자에 2조 원에 가까운 돈을 들일 계획이다. LG그룹은 LG디스플레이의 경기 파주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증설을 위해 2018년까지 10조 원을, 서울 강서구 ‘마곡 사이언스 파크’에 2020년까지 4조 원을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

기업들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투자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정부도 강력한 지원을 약속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30대 그룹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투자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하는 것”이라며 “정부도 강력한 의지를 갖고 밀착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이나 LG디스플레이 OLED 공장 건설 등 등 대규모 투자사업에 대해서는 정부 전담지원반을 구성할 계획이다. 전담반은 도로, 용수, 전력공급 등의 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주 장관은 또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이 8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사업재편의 부담은 줄고 예측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라며 “원샷법을 활용해 선제적 사업재편에 적극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김창덕기자 drake007@donga.com
세종=신민기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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