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음 다시 커진 문래동… 비밀은 ‘족집게 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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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 사업 성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서 정밀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 대표는 요즘 ‘글로벌 진출’을 꿈꾸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열 변형 없는 소재로 테스트 장비를 생산하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항공우주국(NASA) 간접 납품에 성공했다. 자신감을 얻은 김 대표는 네덜란드 전시회에 반도체 측정 장비 부품을 출품해 100여 건의 상담을 진행했다.

김 대표의 눈을 국내에서 해외로 돌리도록 해준 데는 문래동 소공인특화지원센터의 역할이 컸다. 문래동은 각종 기계 부품 등을 가공하는 금속 소공인 업체 1300여 곳이 밀집한 금속가공업체 집적지로 한때 쇠락의 길을 걸었지만 몇 년 전부터 활력을 되찾고 있다.

2013년 중소기업청(중기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은 문래동 금속가공업체 집적지에 소공인 특화지원센터를 열어 소공인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교육 과정을 개설했다. 김 대표도 이곳에서 최근 경영 트렌드와 기업가정신, 기술 및 정보화 교육을 받았다.

중기청과 소진공이 소상공인의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2조 원 규모로 조성한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 사업이 크고 작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창업→성장→퇴로’로 이어지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정책 지원과 전통시장 활성화에 주로 쓰이고 있다.

숙련 기술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소공인을 위한 지원체계 구축은 주요 성과 중 하나다. 중기청과 소진공은 2014년 28억 원이던 소공인 지원 예산을 지난해 348억 원으로 늘려 전국 각지에 소공인특화지원센터를 세웠다. 문래동 센터를 비롯해 대구의 주얼리센터 등 전국 각지에 설치된 소공인특화지원센터는 24곳이나 된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예산을 투입해 문래동식 성공모델을 확산시킬 계획이다.

소상공인 협동조합 활성화 사업도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진공은 2013년 이후 1500여 개 협동조합 설립을 유도하고 1358개 협동조합을 지원했다. 5인 이상 소상공인이 모여 협동조합을 설립해 골목상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계획서를 내면 누구나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 마케팅, 장소 임차, 장비 구매 등으로 사용하도록 조합당 1억 원 한도로 지원하고 있다.

대구미용협동조합은 미용 소모품을 공동구매하고 투자에 집중하면서 매출이 10∼20% 올랐다. 서울 서대문구와 은평구 일대 동네 빵집들은 동네빵네협동조합을 만들어 공동 브랜드를 개발하고 제품 생산에 필요한 공동 장비를 지원받아 원가를 줄여 수익성을 높였다. 소진공에 따르면 지난해 협동조합 조합원 평균 연 매출액은 2억6450만 원으로 2014년 2억3490만 원에서 12.6%(2960만 원) 뛰었다.

전직을 희망하는 소상공인이 재기할 수 있도록 돕는 ‘희망리턴패키지’ 사업도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에서 지원하는 주요 사업이다. 충북 청주시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던 주모 씨는 장사가 잘 되지 않아 폐업을 결정한 뒤 소진공에서 지원하는 사업정리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공인중개사로의 전직에 성공했다.

희망리턴 패키지에서는 사업정리 컨설팅, 재기교육, 채무조정 등을 지원한다. 지난해에만 사업정리 컨설팅은 763명, 재기교육은 2938명이 수료했다. 소진공 관계자는 “사업정리 컨설팅 수료자의 74.4%가 안정적으로 폐업함으로써 소상공인의 원활한 퇴로를 마련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청은 올해도 서민경제 활성화 및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2조 원 규모로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을 운용할 계획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내실 있는 지원으로 자생력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문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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