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취업난에 주눅든 학생들… ‘청춘의 특권’ 되찾기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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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연약하지만 싱싱하고 천진난만한 그들의 목소리 이면에 지겨운 기색이 감도는 것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 그들은 삶의 여정을 미처 시작하기도 전에 벌써 가야 할 길에 대해 피로를 느끼고 있는 듯했다. ―젊은 예술가의 초상(제임스 조이스·민음사·2009)》

좋아하는 사람의 장점을 그 앞에서 늘어놓는 버릇이 있다. 상대방 자신도 몰랐던 그만의 특기를 집어내서 자세히 묘사해준다. 대부분 쑥스러워하지만 속으론 좋아한다.

‘젊은 예술가의 초상’의 주인공 스티븐 디덜러스는 이런 칭찬을 스스로에게 건네며 청년기를 보냈다. 그는 7세 때부터 스스로를 비범인(非凡人)이라고 여겼다. 가정과 교회, 학교에서의 온갖 범인들을 보며 그들과 대별되는 자신만의 천재(天才)를 확신했다.

탁월하게 예민한 감각이 이 젊은 예술가의 무기였다. 남들이 보고, 듣고,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그는 포착할 수 있었다. 그것을 자신만의 언어와 예술론으로 표현할 줄도 알았다. 친구들은 디덜러스가 외로운 사람이 될까 봐 걱정했지만 실상 그의 삶은 비범함의 특권이 주는 기쁨과 생기로 가득 찼다.

얼핏 오만해 보이는 이런 기질은 모든 스무 살 청년들이 갖는 특권이기도 하다. 사람은 적어도 한 가지씩의 장기를 갖고 있다. 이것은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의 그것처럼 문예사를 바꿀 만한 감수성과 문재(文才)일 수 있고, 독특한 성격상의 장점일 수도 있다. 그런 재능은, 이 책의 표현처럼 “삶의 여정이 미처 시작하기 전에” 훨씬 잘 발견된다.

하지만 오늘날의 학생들은 좀처럼 이런 행운을 누리지 못하는 것 같다. 디덜러스가 보낸 낭만적인 학교생활은 차치하더라도, 자신의 가치와 자아를 찾기도 전에 취업 경쟁에 주눅 드는 이들이 많다. 여기에 주변에선 ‘노력을 하라’고만 재촉하니 청년들은 충분한 진로 고민도 없이 세상에 나오기 일쑤다.

디덜러스(Daedalus)는 자신이 만든 날개로 하늘을 난 그리스 신화 속 다이달로스(Daedalos)처럼 스스로 찾은 재능을 맘껏 펼쳤다. 자찬(自讚)에 인색해진 우리 청년들에겐 옆 사람의 칭찬도 큰 용기가 될 거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취업난#청춘#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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