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신입사원 채용까지… 모든 걸 직원에 맡겨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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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美 친환경 농산물 유통업체 ‘홀푸드마켓’의 자율경영

1978년 미국 텍사스에서 시작된 친환경 농산물 유통업체인 홀푸드마켓은 2015년 현재 154억 달러(약 18조8600억 원)의 매출액에 직원 9만여 명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미국 경제의 극심한 불황에도 불구하고 2012년 대비 매출액이 32%나 늘었다. 혹시 ‘요즘 같은 불경기에 얼마나 직원들을 괴롭혔기에 이런 성과를 냈을까’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홀푸드마켓은 경제전문지 포천이 미국에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순위를 발표하기 시작한 1998년도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2015년에는 포천 선정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순위에서도 18위를 차지했다. 홀푸드마켓의 이 같은 성공 비결은 직원들의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조직 문화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는 195호(2월 2호) 스페셜 리포트로 자율 경영 솔루션을 제시했다. 이 리포트에 실린 정동일 연세대 교수의 기고문 내용을 요약한다.

○ 팀원들이 직접 신입 사원 채용

홀푸드마켓이 지속적인 성과를 내면서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도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권한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홀푸드마켓 매장은 제품의 종류에 따라 보통 6∼8개의 팀으로 운영된다. 팀원들은 자신들이 맡은 부문에 대한 절대적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팀원을 새로 선발해야 하면 인사부서나 채용팀에서 팀원을 뽑아 보내주는 게 아니라 팀원들이 면접을 보고 최종 결정을 한다. 그리고 4주 정도 수습 기간을 설정해 같이 일하며 지켜보다가 계속 같이 일하고 싶은지 여부를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인사부서의 의견보다 기존 팀원들의 의견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팀원의 선발이 중요한 이유는 어떤 팀원이 합류하느냐에 따라 팀 성과가 달라지고, 이는 다음 달 팀원들이 받게 될 보너스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는 다른 기업들처럼 팀원들에 대한 선택권이 없는 상태에서 팀원들의 인센티브가 팀 성과에 연동돼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팀원들이 보상 시스템 자체에 대한 불만을 갖게 되는 상황을 홀푸드마켓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 성과 관리까지 팀원들에게 위임

홀푸드마켓에서 팀은 멤버 선발에 대한 자율적 선택을 넘어 자신이 관리하는 제품들의 판매 방식과 성과에 대해 폭넓은 책임을 지는 수준으로까지 이어진다. 예를 들어, 어떤 품목을 언제 어떻게 조달해 어떤 방식으로 판매를 할 것인지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이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본사의 마케팅이나 세일즈 부서가 아니라 그 지역의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로컬 슈퍼마켓의 팀원들에게 부여된다. 동시에 각 팀의 성과는 목표치와 함께 회사의 인터넷에 투명하게 공개된다. 매월 말 팀의 성과가 이 목표치를 초과하면 다음 달 급여에 이에 대한 보너스가 지급된다. 팀원들의 자발적 활동과 긍정적 결과에 대한 보상이 즉각적으로 집행되는 것이다. 이 정도면 홀푸드마켓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거의 자영업자라고 불러도 될 만큼 철저한 자율과 이에 상응하는 책임이 강조되는 환경에서 근무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장 직원들에 대한 철저한 자율경영이 홀푸드마켓을 강한 기업으로 만든 원동력이다.

○ 자율경영 외면하는 한국 기업

자율경영은 이제 몇몇 앞서 가는 소수의 특이한 기업들만이 실천하는, ‘좋지만 딱히 우리 조직에 적용하기에는 좀 그런’ 생각이 드는 특이한 경영방식이 아니다. 권한 위임을 통한 자율경영이야말로 직원들을 성장시키고 성과도 높이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왜 좀 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자율경영을 실천하고 있지 않을까. 우선 첫 번째로 조직을 이끌어 가는 리더들이 통제에 대해 갖는 강박증을 꼽을 수 있다. 의사결정 권한은 리더만이 가진, 그래서 양보할 수 없는 자신들의 고유한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경영자가 아직도 많다. 업무의 모든 과정이 자신의 통제하에 계획대로 움직여야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논리인데, 이는 시대착오적 신념이다.

부하 직원들의 역량에 대해 신뢰를 하지 않으려는 리더들의 성향 역시 자율경영을 저해하는 요소다. 이런 리더들은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믿을 만한 사람이 없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오류다. 물론 리더로서 지금의 나와 내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바탕으로 직원들을 평가하면 리더에게 충분한 신뢰를 줄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지닌 직원이 실제로 많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직원들 입장에선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 지금 내 기준으로 직원들을 평가하지 말고, 리더 자신이 김 과장 나이 혹은 위치였을 때와 현재의 김 과장을 비교해야 한다. 이렇게 해 보면 과거 과장 시절의 리더 자신보다 지금의 김 과장이 훨씬 똑똑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율경영을 일종의 경영기법 중 하나로 생각하는 잘못되고 편협한 시각 역시 문제다. 권한 위임을 통한 자율경영은 창의와 혁신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경영기법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리더가 조직 구성원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태도와 철학이자 조직문화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상사들의 횡포를 기억하는가. 직원은 이제 내 명령과 지시의 대상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함께 성과를 만들어 가는 파트너라는 신념을 갖지 않는다면 조직 내에서 리더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 직원은 신뢰와 존중의 대상

대량생산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영관리는 미국식 경영의 근간을 이뤘고 20세기를 지배했다. 하지만 이는 규모의 경제와 효율성이 가장 중요한 화두였던 구시대의 성공 방정식이다. 창의와 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21세기 경영환경에선 새로운 경영 방식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소수의 리더가 일방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의사결정을 독점하는 체제가 아니다. 조직 구성원과 생각을 공유하며 이들의 집단적 역량과 창의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수평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수평적 리더십이란 리더가 가진 권한을 조직 구성원들과 적극적으로 나누고 그들의 역량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아직도 직원들을 지시와 통제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수직적 관계를 바탕으로 직원들을 통제하려 한다면, 21세기 창조경제에 적합한 리더로 볼 수 없다. 자율경영은 직원들의 역량과 인격에 대한 믿음과 존중에서 시작되고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과 문화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정동일 연세대 경영대 교수 djung@yonsei.ac.kr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신입사원#직원#자율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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