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에 선 ‘주력’ 전자-철강… 최대실적 낸 IT-항공우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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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업 4분기 실적 분석해보니

전자, 철강, 건설 등 한국 경제의 주축 역할을 해온 업종의 주요 기업들이 지난해 모두 부진한 실적을 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후발 주자의 공세, 저유가의 덫에 걸린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영업이익이 5개 분기(15개월) 만에 직전 분기 대비 하락세로 돌아섰다. 포스코는 1968년 창사 이후 47년 만에 처음으로 순손실을 냈다.

반면 정보기술(IT)과 항공우주산업 등 전통 제조업과 대비되는 신산업 부문에서는 잇달아 사상 최대 실적이 나왔다. 네이버는 지난해 매출이 3조 원을 돌파했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해 10조 원어치 일감을 수주해 미래 먹을거리를 확보했다.

○ “절벽에 섰다”


삼성전자의 3대 축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은 일제히 지난해 3분기(7∼9월)보다 하락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28일 실적 발표 후 “절벽에 서 있는 듯 막다른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의 경영설명회 자료는 ‘수요 약세’ ‘출하량 감소’ ‘실적 악화’ ‘이익 감소’ 등 부정적 단어로 채워졌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53조3200억 원, 영업이익은 6조1400억 원이었다. 영업이익은 2014년 3분기(4조600억 원) 저점을 찍은 뒤 4개 분기 연속 늘어나다 하락세로 돌아섰고, 지난해 3분기보다 1조2900억 원 줄었다. 지난해 매출액은 200조3400억 원으로 200조 원에 ‘턱걸이’했다.

최근 2년 동안 ‘나 홀로 효자’ 노릇을 하던 반도체 사업(DS부문)의 상승세가 꺾인 것이 실적 부진의 주요 이유. 반도체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3분기(20조3100억 원) 대비 3% 떨어진 19조7400억 원을 기록했다.

휴대전화 사업(IM부문) 역시 ‘갤럭시S6’ 가격 인하 등 마케팅 비용 증가로 실적이 부진했다. 이경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무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중저가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라인업을 구성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삼성페이와 같은 서비스도 지속 발굴할 계획”이라며 “스마트폰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삼성페이는 중국 영국 스페인에서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1∼3월) 영업이익이 다시 5조 원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어느 때보다 힘든 해”

포스코는 지난해 매출 58조1920억 원, 영업이익 2조4100억 원으로 전해(매출 65조984억 원, 영업이익 3조2135억 원)보다 각각 10.6%, 25% 줄었다고 28일 발표했다. 글로벌 공급 과잉의 덫에 걸려 매출은 2010년 이후 5년 만에 60조 원 미만으로 내려앉았다.

당기순손실 960억 원으로 최초로 당기손익이 적자를 냈다.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해외 투자 광산들의 자산 가치가 감소하고, 환율 변동으로 외화 평가손실이 발생하는 등 장부상 평가손실이 1조5640억 원 발생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다만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차입금을 줄이면서 부채 비율은 78.4%로 2010년 이후 가장 낮아졌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실적발표회에서 돌파구로 구조조정,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 비용 절감을 제시했다. 지난해 34개 계열사를 정리한 포스코는 올해 35개, 내년 22개 계열사를 정리할 계획이다. 비용은 1조 원을 줄이지만, 투자비는 지난해보다 3000억 원가량 늘려 2조8000억 원으로 잡았다.

신성장동력도 강조했다. 권 회장은 “배터리 양극재에 쓰이는 리튬 추출 설비를 국내와 아르헨티나에 건설해 관련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이란 PKP와 (파이넥스 기술을 이전해 일관제철소를 짓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다음 주 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업체 크라카타우스틸과 열연, 냉연 제품을 함께 생산하는 내용을 협의 중”이라며 “국내서 중국 열연업체에 대한 반덤핑 제소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1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쳐져 출범한 통합 삼성물산도 이날 공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매출 7조2211억 원, 영업손실 891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간 매출액은 13조3446억 원, 영업이익은 371억 원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결산에서 옛 삼성물산을 재평가해 우발 부채와 자산가치 하락 등 총 2조6000억 원 규모의 잠재 손실을 실적에 반영했다.

○ 신산업은 역대 최대 실적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한 흐름 속에서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성장세는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는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매출 3조 원을 돌파하는 한편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라인’ 광고 선전에 힘입어 해외 매출도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섰다.

네이버는 매출이 3조251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9% 성장했고, 이 중 해외 매출은 1조836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33%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지난해는 사용자들의 요구에 맞춘 서비스 혁신을 바탕으로 해외 매출과 모바일 매출의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며 “올해도 라인, 웹툰, V(브이)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해 매출 2조9000억 원, 영업이익 2857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6%, 77%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신규 수주액이 10조 원으로 전년(2조4000억 원)의 4배로 증가했다.

KAI 측은 “이라크로 수출하는 ‘T-50IQ’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고, 필리핀 수출기 ‘FA-50PH’의 납품이 시작돼 매출이 증가하고 있으며, 보잉과 에어버스에 납품하는 기체 구조물이 증산된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서동일·곽도영 기자
#전자#철강#it#항공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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