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시추장비 계약 줄줄이 취소… 해외건설 2015년 수주액 31% 줄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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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주력 산업도 저유가 직격탄
선박 수주 줄어 철강업계 울상… 車수출도 산유국 시장서 고전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떨어지면서 조선, 건설, 철강, 자동차 등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산업들이 ‘충격 도미노’에 빠졌다.

우선 대표적인 수주 산업인 조선과 건설업종이 직격탄을 맞았다. 저유가로 세계 각국의 석유개발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지난해부터 석유개발업체들이 잇달아 시추장비 계약을 해지하거나 인도 시점을 미루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13일 미주지역 선사 1곳으로부터 수주한 1조2486억 원 규모 드릴십 2기의 인도 시점을 각각 2018, 2019년으로 연기하기로 합의했다고 공시했다. 올해 현대중공업이 시추설비 1기, 삼성중공업이 1기, 대우조선해양은 3기를 각각 인도할 계획이지만 저유가로 바다에서 원유를 시추하는 해양플랜트가 ‘숨은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지난해 저유가로 원유를 비축해 두려는 수요가 생기면서 탱커 발주가 늘었지만 올해 수요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후판 수요의 60%를 담당하는 조선업계의 일감이 줄어들면 철강업계도 타격을 입게 된다. 중국 철강업체들이 남아도는 물량을 저가로 밀어내면서 가격 경쟁도 치열해진 상황이다. 이에 지난해 8월 동국제강은 연산 150만 t 규모의 포항 제2후판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저유가로 중동지역 개발붐이 꺼지면서 국내 건설 산업도 타격을 받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406억 달러로 2014년 같은 기간(591억 달러)보다 31.1% 줄었다.

자동차업계에는 저유가가 ‘양날의 칼’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138만7528대를 판매해 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저유가와 경기회복 덕분이었다. 그러나 러시아, 브라질 등 산유국 시장에서는 고전했다. 저유가는 친환경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가가 떨어질수록 친환경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이 얻을 수 있는 인센티브가 줄어드는데, 자동차업체들은 거꾸로 각국의 연료소비효율과 대기환경 규제를 맞추기 위해 친환경차를 팔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박홍재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장(현대차 부사장)은 “원가를 낮추고 상품성을 개선해 소비자들이 친환경차를 구매하도록 유도해야 하는 어려운 시장 여건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석유화학업계는 지난해 유가 하락으로 정제마진이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이 대폭 증가했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유국들에서 유가가 떨어지면 원유 판매만 하던 업체들이 부가가치를 키우기 위해 정유공장을 세우거나 석유화학제품을 직접 생산할 수도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저유가#석유#시추장비#해외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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