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탄생 100주년]‘포니’에서 ‘제네시스’까지… 한국車 세계 톱5 신화 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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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차산업 이끄는 현대자동차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이 일궈낸 자동차 분야는 한국 산업계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자동차 부품을 직접 만들고 생산하면서 지난해 전 세계에서 800만 대 이상을 판매했다. 아산이 뿌린 씨앗이 한국 경제에서 수많은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거대한 버팀목으로 성장한 것이다.

특히 기존 기술을 뛰어넘는 비약적인 발전이 가능한 정보기술(IT) 분야와 달리 자동차 분야는 축적된 기술력이 필요해 후발주자가 선두를 앞서기 힘들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 비해 자동차산업의 인프라가 전혀 갖춰지지 않은 한국에서 세계 5위의 완성차업체가 탄생한 것에 대해 세계 산업계 역사의 기적과도 같은 일로 평가하는 이유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1974년 독자 개발한 최초의 국산자동차 모델인 포니는 쏘나타와 아반떼의 신화로 이어졌다. 현대자동차 제공
정주영 명예회장이 1974년 독자 개발한 최초의 국산자동차 모델인 포니는 쏘나타와 아반떼의 신화로 이어졌다. 현대자동차 제공

누구도 예상 못한 자동차 신화

아산과 자동차의 인연은 194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산은 쌀가게인 경일상회가 폐쇄된 후 1940년 자동차 수리공장인 아도서비스를 운영하게 된다. 그는 아도서비스가 한창 번창할 무렵 화재로 모든 것을 날리고 광복 이후인 1946년에 현대자동차공업사를 세웠다. 1967년 12월에는 현대자동차주식회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애초 미국 포드와의 제휴를 통해 승용차를 생산하기 시작했지만 아산은 고유의 기술로 국산차를 만들어야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었다. 그는 기술 협력을 통해 미쓰비시의 엔진을 이용하고 디자인은 이탈리아의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자로에게 맡겼다. 그리고 마침내 1974년 국내 최초의 고유 자동차 모델인 포니 개발에 성공했다. 1986년에는 엑셀이 국내 최초로 한국 자동차업계의 숙원이었던 미국시장에 진출했다.

현대차 역사의 결정적 순간은 기아차 인수였다. 1998년 현대차는 기아차 부채를 7조1700억 원 탕감받는 조건에 기아차 주식 51%를 가져오면서 경영권을 인수했다.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했을 때 시장에서는 양사의 동반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인수 후 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기아차는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게 되며 22개월 만에 법정관리에서 벗어난다.

기술개발에 있어서도 현대·기아차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창사 초창기부터 일본 미쓰비시의 새턴과 오리온 엔진을 사용했으나 1991년 국내 최초로 독자기술로 알파 엔진을 개발했다. 2004년에는 중형급 엔진인 세타 엔진을 독자 개발하면서 다임러크라이슬러와 미쓰비시에 기술을 이전하고 로열티를 받는 쾌거도 이뤄냈다. 창업 초창기 기술력에서 도저히 넘볼 수 없었던 벽인 일본 업체를 넘어선 극적인 순간이었다.

현대·기아차는 이후에도 신차를 내놓으면서 국내외 시장을 공략했다. 1985년에는 아직도 생산되는 베스트셀링카인 쏘나타를 비롯해 그랜저와 엘란트라, 아반떼를 생산했다. 트럭 시장 부동의 1위인 포터와 국내 최초의 패밀리 웨건인 스타렉스, 최고급 대형 세단의 대명사인 에쿠스까지 현대차의 도전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마침내 올해 10월에는 현대차가 미국시장에 진출한 지 30년 만에 1000만 대 판매 돌파(기아차 포함)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세계 자동차 업계의 메이저 업체로 우뚝 성장했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은 제네시스를 신규 브랜드로 출범시키면서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됐다. 현대자동차 제공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은 제네시스를 신규 브랜드로 출범시키면서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됐다. 현대자동차 제공


제네시스로 새로운 도약

2008년 세계 고급차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제네시스로 현대차는 다시 한 번 질적인 도약을 하게 된다.

이 차는 출시 1년 만에 미국에서 아시아 대형차로서는 최초로 ‘올해의 차’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2013년에 출시된 2세대 제네시스 역시 호평을 받았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올해 11월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별도의 새로운 브랜드로 공식 출범시켰다. 최근 급성장하는 고급차 시장에 대응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1967년 창립 이래 48년간 현대라는 단일 브랜드만으로 성장의 역사를 써온 현대차가 현대와 제네시스라는 복수의 브랜드를 확보해 다가오는 새로운 반세기를 위한 추가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미도 크다.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의 제 2공장 조립라인 모습. 동아일보DB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의 제 2공장 조립라인 모습. 동아일보DB

특히 고급차의 선도적인 고급 이미지와 선행 기술들이 대중차에도 적용되고 있는 최근 트렌드를 감안하면 복수 브랜드 운영에 따른 시너지도 예상된다.

브랜드 명칭은 성능과 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진보와 혁신을 지속하여 고급차의 신기원을 열겠다는 의미에서 제네시스(Genesis·기원)로 결정했다. 글로벌 고급차 시장에서 제네시스의 인지도가 높다는 점도 고려했다.

제네시스 브랜드에는 인간에 대한 예측과 연구를 통해 기술 그 이상의 혁신으로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인간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안전·편의·커넥티비티(연결성) 기반의 사람을 향한 혁신 기술 △편안하고 역동적인 주행 성능 △동적인 우아함을 지닌 디자인 △간결하고 편리한 고객 경험 등 ‘4대 핵심 속성’을 바탕으로 경쟁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진행한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제품 라인업은 2020년까지 6종으로 구성된다. 브랜드 론칭 초기에는 대형 럭셔리 세단인 기존 2세대 제네시스 차량과 다음 달 출시 예정인 초대형 럭셔리 세단 EQ900로 시작하지만 앞으로 5년 동안 4종의 신규 모델 개발이 이뤄질 예정이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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