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모를 해양플랜트의 늪… 조선 빅3 동반적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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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삼성重도 “100억 적자” 재공시

국내 조선업계의 해양플랜트 계약이 최근 잇달아 취소되면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가 3분기(7∼9월) 영업손실을 냈다. 3개사 중 유일하게 3분기 흑자를 냈던 삼성중공업마저 해양플랜트 계약 취소로 적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업계가 2017년까지 보유하고 있는 해양플랜트 물량 규모는 75조 원에 이른다. 저유가 추세가 이어지면 글로벌 오일 메이저들이 석유 개발을 미루게 되면서 해양플랜트는 향후 2년간 조선업계에 ‘숨겨진 폭탄’이 될 수도 있다.

○ 조선 3사 해양플랜트 물량 75조 원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분기 조선 3사가 낸 영업적자는 2조1247억 원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26일 3분기 영업이익을 846억 원이라고 공시했다. 그러나 실적 발표 후 3일 만에 미국 시추업체 퍼시픽드릴링은 드릴십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4일 이 손실을 반영해 100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고 재공시했다. 이에 앞서 현대중공업은 노르웨이 프레드 올센이 시추선 계약을 취소한 점을 반영해 지난달 30일 3분기 영업손실을 6784억 원에서 8976억 원으로 수정했다.

5일 현재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3개사가 진행 중인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규모는 662억 달러(약 74조8060억 원)다. 각 회사가 보유한 일감(수주잔량)에서 비중이 각각 현대중공업은 45%(220억 달러), 삼성중공업은 67%(243억 달러), 대우조선해양은 46%(199억 달러)다.

문제는 저유가다. 해양플랜트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는 넘어야 채산성이 있다. 국제유가가 40달러대에서 횡보하는 가운데 미국 금리가 인상되고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풀리면 저유가 추세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해양플랜트 계약을 취소하거나 인도 시점을 미루는 오일 메이저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시추장비 4척은 인도 시점이 올해 8∼12월에서 2017년으로 연기됐다. 대우조선해양이 트랜스오션으로부터 수주한 드릴십 2척도 인도 시점이 내년 10월에서 2017년 10월로 연기됐다. 현재까지 수주한 해양플랜트의 대부분이 인도되는 2017년까지는 실적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계약을 취소당했을 때 런던해사중재협회(LMAA)에 중재를 신청하는 것 외에는 딱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며 “국내 조선업체들의 설계 역량도 떨어지니 공정이 지연되면서 추가 비용이 들고 납기 지연에 따른 벌금을 물기도 한다”고 말했다.

○ 머스크, 대우조선 선박 6척 추가 계약 안 하기로

조선업계에서는 업체들의 매출이 2017년까지 감소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조선업 특성상 수주물량은 향후 1, 2년 뒤 매출에 반영된다. 수주액이 매출액보다 많아야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동아일보가 신한금융투자와 함께 분석한 결과 지난해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제외)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전체 수주액은 매출의 60∼93%에 그쳤다. 올해 1∼9월 대우조선해양 수주액은 매출 대비 53%, 현대중공업은 65%에 그쳤다.

여기에 내년 해운 시황도 어두울 것으로 전망되면서 선박 발주도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는 4일(현지 시간)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1만963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트리플-E’ 6척을 구매하려던 옵션 계약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6월 머스크는 대우조선해양과 선박 11척에 대한 수주계약을 맺으며 6척을 추가로 계약할 수 있는 옵션을 받았지만 이를 포기한 것이다. 옵션 계약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라 대우조선해양으로선 향후 매출이 줄어든 셈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내년에 도입되는 새로운 배출가스 규제를 앞두고 올해 국내 조선업체에 친환경 선박 발주가 몰린 점을 감안해도 내년 선박 발주는 올해보다 줄어들 것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매출은 줄어드는데 인건비와 설비 운영비가 똑같이 들어가면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한국 조선업체들이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시황이 회복될 때까지 버텨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풍력, 건설장비, 건설 등 비주력사업을 정리하고 설계와 해양플랜트 등 핵심 사업의 체질은 개선해야 한다”며 “중국 일본 등 경쟁국의 조선사들이 자율적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점을 참고해 국내 산업 전체의 생산량이 적절한지 원점에서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김성규 기자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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