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소득 탓? 국민소득 4년 반 만에 ‘뒷걸음질’ 진짜 원인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3일 1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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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분기(4~6월) 한국 국민이 벌어들인 전체 소득이 이례적으로 뒷걸음질을 치면서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3일 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전 분기보다 0.1% 줄었다고 밝혔다. 국민소득 감소는 2010년 4분기(10~12월)의 ―1.9% 이후 처음이다.

실질 GNI는 한 나라의 국민이 국내외에서 일정 기간 벌어들인 임금 이자 배당 등의 소득을 모두 합친 것으로 여기에 국제유가 등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무역손익까지 포함해 계산한다. 국민들의 실제 구매력을 가장 잘 나타내는 소득지표인 것이다.

한은은 국내 기업이 외국에서 받아온 배당 소득이 일시적으로 줄면서 국민소득도 감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영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올해는 기업들이 해외 자회사 등에서 가져오는 배당 소득의 수취 시점을 2분기가 아닌 1분기(1~3월)로 잡은 경우가 많아 이런 현상이 생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은이 이날 함께 발표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7월말에 발표된 속보치와 같은 0.3%에 그쳤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가뭄 확산에 따른 것으로 지난해 4분기(0.3%)를 제외하면 2009년 1분기(0.1%)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바닥을 기면서 국민소득 수준도 함께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유가 하락으로 실질 구매력이 올라갔는데도 국민소득이 줄어드는 기현상이 나타난 것은 경기 부진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성장률이 급락하자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긴급 대응에 나섰지만 3.1%라는 정부의 목표치 달성은 거의 불가능해진 상태다. 메르스의 충격이 가신 뒤에도 ‘중국발 쇼크’ 등 해외 리스크가 계속 돌발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3%대 성장률은 물론이고 이보다 낮은 한은의 전망치(2.8%) 달성마저 쉽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민간 경제연구기관과 해외 금융사들은 이미 2%대 중반의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3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8월말 현재 10개 해외 투자은행들이 전망한 한국의 올해 성장률 평균치는 2.6%로 이 중 모건스탠리는 올해 성장률을 2.3%까지 낮춰 보고 있다. 한은은 다음달 내놓을 수정 경제전망에서 이런 기류를 반영해 전망치를 더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실장은 “중국의 경기둔화와 국제 금융시장 불안 등 악재가 많아서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악화되고 있다”며 “성장 전망이 점점 내려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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