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일자리, 전문직 20%P 줄고 단순직 6.8%P 증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금융위기 이후 고용의 질 더 나빠져

3년 전 서울 상위권 대학의 광고 관련 학과를 졸업한 박모 씨(29)는 광고기획사의 취업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처음엔 면접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시간이 가면서 서류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일이 늘었다. 박 씨는 지난해 말 한 유통회사의 영업관리직에 취직했다. 평소 관심이 없던 분야이고 연봉도 낮았지만 일단 ‘청년 백수’를 탈피해야 했다. 박 씨는 “전공을 살려 일하는 친구들과 비교될까 봐 동창 모임에는 안 나간다”고 말했다.

박 씨처럼 실업 상태를 경험했다가 취업한 청년들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취업한 청년들보다 월평균 50만 원을 덜 받고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실업자 수가 84만 명에 이르는 만큼 이들의 총임금손실을 합하면 연간 5조 원이나 된다.

LG경제연구원은 2010년 대학졸업자 1만8078명을 대상으로 한국고용정보원이 3년간 취업과 임금경로를 추적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청년실업에 의한 ‘낙인효과(scarring effect)’를 계산한 보고서를 18일 내놨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을 졸업하면서 바로 취업한 경우 3년 뒤에도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91.2%인 데 비해 졸업 이후 1년 이상 실업상태였던 사람은 3년 뒤 재직 비율이 73.9%에 그쳤다. 청년 시절에 실업상태를 경험했는지 여부는 실제 임금 격차로 나타났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취직한 사람들의 월평균 임금은 2013년 기준 249만 원이었지만 뒤늦게 취직한 사람들의 임금은 199만 원이었다. 2013년 기준 실업자와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자를 합한 유사실업자 중 청년층이 84만 명에 이르기 때문에 이들이 같은 처우를 받았을 경우 연간 총 5조 원의 임금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청년 고용의 질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과 2015년 상반기(1∼6월)의 산업별 취업자 비율을 비교해 보니 변호사와 연구원 등을 포함한 전문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직원 중 청년 비율이 8년 만에 20%포인트 낮아졌다. 급여나 복지 수준이 높은 교육(―8.4%포인트) 금융(―6.5%포인트)도 청년 비율이 떨어졌다. 반면 단순노무 직종이 많이 포함된 음식숙박 분야는 6.8%포인트 증가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진입 장벽이 낮은 분야로 몰렸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며 “정규직을 중심으로 고용시장을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