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실속 없는 ‘소비자 위한 금융백화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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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증권-보험 복합점포 가보니

“적금 만기가 돌아와 여윳돈 5000만 원이 생기는데 어떻게 투자하면 될까요. 여기가 복합점포라고 해서 찾아왔는데 종합적으로 상담을 받고 싶습니다.”

시중은행의 한 복합점포의 창구에서 상담을 요청했더니 “잠시 기다리면 프라이빗뱅크(PB) 팀장을 연결해 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잠시 후 돌아온 창구 직원은 “공동 상담을 하려면 예약이 필요하다”며 “증권 분야에 대해 상담을 함께 받으려면 공동상담 동의서를 작성하고 시간을 정한 뒤 복합점포를 다시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연 1%대로 떨어지면서 시중은행의 예·적금에 돈을 묻어두었던 고객들이 투자 상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금융사들이 앞다퉈 금융 복합점포를 개설해 이런 고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일반 금융소비자들이 복합점포에서 통합자산관리 서비스를 받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복합점포란 은행·증권 등의 금융 업무를 한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점포를 말한다. 당초 보험 업무는 보험점포에서 허용되지 않았지만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로 이달부터 2017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보험 업무도 허용된다.

복합점포의 설립 취지는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제공이다. 금융소비자들은 복합점포에 방문해 은행과 증권, 보험사 직원의 상담을 함께 받을 수 있으며 예금 가입부터 주식투자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본보 취재팀이 5, 6일 이틀간 금융회사들이 운영 중인 복합점포를 직접 찾아 영업실태를 확인한 결과 소비자들을 위한 연계 서비스는 아직 미흡했고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받는 데도 제약이 따랐다.

서울 강남구 언주로 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를 방문해 은행과 증권 상품을 같이 비교해 가며 공동상담을 받고 싶다고 요청하자 창구 직원은 “자산 20억 원 이상, 보유예금 5억 원 이상인 고객에게만 예약을 통해 상담 서비스가 제공된다”고 말했다. 은행, 증권 복합점포인 신한은행 무교동지점도 예금 1억 원이 넘는 프리미엄 고객 전용 창구에서만 공동상담을 제공하고 있었다. 고액자산가가 아니라면 복합점포에서 실질적인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이 지난해 10월 소비자 편의를 위해 복합점포의 ‘칸막이’ 규제를 풀었지만 여전히 이런 칸막이가 있는 복합점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전체 75개 복합점포 가운데 31곳은 여전히 은행과 증권 간 출입문이나 상담실을 공유하지 않는 금융프라자 형태였다.

최근 복합점포에 입점한 보험업무 창구는 급하게 공간만 합쳤다는 인상이 적지 않았다. 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는 1일 하나생명 입점식을 열고 은행권 최초로 은행·증권·보험 관련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첫 복합점포가 됐지만 제대로 된 업무 상담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최근 보험사가 입점한 농협은행 광화문 NH금융플러스센터도 보험 상품을 복합점포에서 가입할 경우 혜택이 있느냐고 묻자 “접근성 외에 다른 혜택은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최근 복합점포를 찾는 고객들 사이에서는 은행과 증권 업무를 한곳에서 볼 수 있다고 해서 왔는데 은행 지점에 가서 상담을 받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권오신 인턴기자 서강대 경제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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