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우조선 부실 감사한 안진회계법인엔 책임 안 묻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8일 00시 00분


코멘트
국내 회계법인들의 ‘봐주기 기업 감사’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삼일 안진 삼정 한영 등 국내 4대 회계법인이 지난해 외부감사를 맡은 527개 상장사에 대한 감사 의견 중 ‘적정’이 526건을 차지했다. 적정은 회계보고서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다. ‘부적정’이나 ‘의견거절’은 없었고 ‘한정’ 의견이 한 건이었다. 4대 회계법인이 이 정도라면 다른 회계법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2010년부터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외부감사 업무를 담당한 안진회계법인은 해마다 적정 의견을 냈지만 최근 대우조선이 2조 원대의 손실을 감춘 것으로 밝혀졌다. 2011년부터 대우건설을 감사한 삼일회계법인 역시 회계보고서에서 매번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4000억 원대의 부실 정황이 포착됐다. 저축은행들과 동양그룹, STX조선 등 사회적으로 파장이 컸던 부실 기업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회계법인의 부실 감사가 도마에 올랐다.

부실 감사의 가장 큰 원인은 회계법인이 기업의 감사보고서에 ‘부적정’ 등의 의견을 제시하면 이후 그 회사로부터 일을 따내기 어렵다고 여기는 데 있다. 회계 부실을 저지르는 일부 기업과, ‘정확한 감사’보다는 돈벌이에 더 관심을 쏟는 회계법인 사이에 이뤄지는 암묵적 공조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한 올해 국가경쟁력 비교에서 한국의 회계투명성 지수는 61개국 중 60위에 그쳤다.

현행법상 부실 감사를 한 회계법인에 가해지는 처벌은 과징금 부과,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 적립, 해당 회사에 대한 5년간 감사업무 제한 정도다. 영업을 정지시키는 조항은 없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중징계 이상의 부실 감사가 적발된 상장사가 39개사에 달했지만 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은 대부분 가벼운 처벌에 그쳤다. 기업 회계보고서를 부실 감사한 회계법인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갖도록 처벌 수위를 대폭 높일 필요가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