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0원의 진수성찬… 편의점 도시락 ‘맛있는 변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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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증가로 매출 87% 급증
11가지 반찬 - 장어 한마리 등 푸짐… “한끼 식사로 충분” 저녁 판매 늘어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사무실 밀집 지역. 점심시간이면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을 평소 쉽게 볼 수 있다. 대형 편의점에 마련된 테이블마다 도시락을 먹는 이들로 붐빈다. 퇴근길 편의점 도시락을 사가는 사람도 많다. 세븐일레븐이 올해 상반기(1∼6월) 도시락 판매 현황을 시간대별로 분석해보니 저녁식사 시간대(오후 6∼8시)의 도시락 판매 비중은 27.6%로 점심식사 시간대(낮 12시∼오후 2시)보다 2.0%포인트 높았다. 작년까지는 줄곧 점심 시간대의 도시락 판매 비중이 저녁 시간대보다 컸다. 일주일에 2, 3번 정도 편의점 도시락을 구매하는 직장인 나성윤 씨(35)는 “혼자 살다 보니 식사를 차려 먹기가 귀찮아, 저녁 약속이 없는 날이면 집 근처 편의점의 도시락을 애용한다. 4000원 내외의 가격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 차려 먹거나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저렴하다”고 말했다.

나 씨 같은 1인 가구는 도시락 시장을 확대시킨 중요한 배경이다. 1, 2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편의점 도시락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CU의 상반기 도시락 매출은 지난해보다 41.0% 증가했다. 2014년 매출 신장률이 전년 대비 10.2%였던 것과 비교했을 때 신장 폭이 커졌다. 세븐일레븐의 상반기 신장률은 87.6%에 이른다. 2014년 신장률 51.0%보다 크게 오른 것이다. 황우연 세븐일레븐 푸드팀장은 “현재의 일본 도시락 시장을 만든 1인 가구 및 워킹맘 증가 등의 인구 구조 변화가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며 “인구 통계와 소비 행태를 볼 때 도시락 시장은 앞으로도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편의점 도시락의 모습도 화려해졌다. GS25는 최근 장어덮밥 도시락을 내놓았다. 가격은 4500원으로 장어 한마리가 들어갔다. 지난달에는 고등어조림 도시락을 출시했다. 고등어는 많은 사람이 즐겨 먹는 생선이지만 비린내 때문에 도시락 메뉴로 나온 경우는 거의 없었다. GS25는 환자식이나 이유식을 만드는 찜기의 일종인 ‘포화증기조리기’를 도입해 비린내를 없앴다. CU는 집밥을 콘셉트로 한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다. 전, 나물 등 가정에서 주로 먹는 반찬이 많다. 도시락을 찾는 이들이 집밥이 그리운 20, 30대가 많다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세븐일레븐은 13일 11찬 도시락을 선보였다. 여러 종류의 반찬을 먹는 걸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을 고려했다. 11개의 반찬은 지금까지 나온 편의점 도시락 반찬으로는 가장 많은 수다.

편의점 도시락이 ‘제대로 된 한 끼’로서 모습을 갖춰가면서 가격도 상승했다. CU의 도시락 가격대별 매출을 보면 2013년 3500원 이상 도시락의 매출 비중이 35.5%였는데 올해는 52.1%로 절반을 넘어섰다. 반면 3000원 미만 도시락의 판매 비중은 2013년 35.8%에서 올해 20.4%로 줄었다.

편의점 도시락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도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배달이다. CU는 최근 서울 시내 30개 매장에서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안에 배달 가능 매장을 1000개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세븐일레븐도 작년 12월부터 4개 점포에서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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