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이익 올리고 경쟁력 높이려면? 중소기업 지원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4일 17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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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2011년부터 협력업체 중 기술력이 뛰어난 업체를 선정해 인력과 자금을 지원해왔다. 반도체의 재료인 웨이퍼(원판)를 얇게 펴는 장비인 CMP 장비를 만드는 ‘케이씨텍’은 2012년부터 삼성전자 소속의 기술자 6명을 지원받았다. 시범 생산한 제품을 삼성전자 생산라인에서 시험해볼 기회를 수시로 얻는 특전도 누렸다. 이 회사는 지원받은 지 1년 만에 생산성을 대폭 높인 장비 개발에 성공했고 이후 매출도 껑충 뛰었다. 협력업체의 성공은 삼성전자에도 이익이 됐다. 삼성전자 측은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수입해 쓰던 CMP 장비를 국산으로 교체해 원가를 낮췄고, 동시에 안정적인 거래처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4일 삼성전자와 케이씨텍 사례 등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 이행 모범사례 7개를 발표했다. 동반성장 협약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자발적으로 상호 협력하는 프로그램으로 2007년 이후 113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공정위는 매년 각 프로그램의 성과를 평가해 발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1년에 서너 차례 경쟁 자동차의 차량을 사서 분해한 뒤 연구해 자체 모델 개발에 응용한다. 이미 분석이 끝난 차량의 부품은 협력업체에 무상으로 제공한다. 이런 지원을 받은 협력업체 인지컨트롤스는 지난해 초 세계 최초로 워머(연비 향상을 위해 오일의 온도를 빨리 높이는 장비) 내장형 밸브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새로 출시되는 현대·기아차에 적용됐고, 양사는 부품 단가를 17% 낮추고 차량 연비를 0.6% 향상시킬 수 있었다.

협력업체가 아닌 벤처기업의 성공을 도운 사례도 있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휴대용 전자칠판 제조기술을 보유한 ‘아이에스엘코리아’에 총 1억2000만 원을 지원했고, 이 업체는 약 10개월 만에 세계 최초로 제품 상용화에 성공했다. SK텔레콤은 이 업체와 5억 원 규모의 총판 계약을 단독으로 체결했고, 해외 진출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최무진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과장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지원만 하는 게 아니라 대기업도 이 과정에서 스스로 경쟁력이 높아지는 게 진정한 동반성장 협약의 의미”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파트너로 여기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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