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 ELS에 자금 쏠림…상반기만 47조 규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7일 16시 50분


코멘트
기준금리 연 1%대의 초저금리 시대가 이어지면서 은행 예금 플러스 알파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상반기에만 47조 원 규모로 발행되는 등 ELS 시장이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자 자금쏠림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ELS(파생결합사채 포함) 발행규모가 47조3453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7조6177억 원)에 비해 71.4% 늘어난 수치다. 작년 하반기 발행금액(44조1792억 원)과 비교해도 7.2% 증가해 ELS에 대한 열기는 한층 뜨거워졌다.

ELS는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 1%대로 인하된 3월에만 10조2978억 원어치가 발행됐다. 이는 올 상반기 월간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4, 5월에는 7조 원대가 발행돼 잠시 주춤하는 듯 하더니 지난달 8조3931억 원으로 다시 늘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ELS는 작년 수준을 뛰어넘어 연간 기준 사상 최대 발행금액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71조7968억 원어치가 발행돼 2003년 ELS가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이후 최대 규모였다.

증권사별 발행금액을 보면 KDB대우증권이 6조6912억 원어치를 발행해 전체 발행금액 중 가장 많은 14.1%를 차지했다. KDB대우증권과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상위 5개 증권사가 전체 ELS 발행금액의 절반 이상(55.5%)을 발행했다.

초저금리 시대가 이어지면서 ELS는 정기예금보다는 높은 수익을 원하지만 주식에 직접 투자하기는 부담스러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대안으로 떠올랐다. ELS는 개별종목 주가나 코스피200 같은 주가지수의 움직임에 연동해 일정 조건을 갖췄을 때 약정된 수익률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위험이 낮으면서 채권보다는 수익률이 높은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다. 주가지수에 연동하는 ‘지수형 ELS’ 중에는 연 6%대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 적지 않다. 이런 장점 덕분에 ELS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발행규모 70조 원을 돌파하며 국민재테크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ELS 시장이 급성장하자 일부에선 자금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ELS에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지속되면 시장 급변 시 투자자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계한다. 지난달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ELS와 같은 금융투자상품 규모가 커지는 만큼 리스크에 대해서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부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원금비보장형 ELS의 발행규모가 늘어난 것도 우려할 부분이다. 올 상반기 원금비보장형 ELS의 발행금액은 지난해 하반기 대비 30.5% 늘어난 40조5309억 원(전체의 85.6%)이었다.

증권업계는 종목형 보다는 안정적인 지수형 ELS가 많기 때문에 손실의 우려가 크지 않다고 설명하지만 그리스 사태 악화 등 갑작스런 리스크로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 손실을 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최근 늘어난 해외지수형 ELS는 그리스발 악재로 원금손실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당국은 ELS 판매 시 투자자들에게 상품구조와 손실 가능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는 지를 살피는 등 불완전 판매를 철저히 막겠다는 방침이다.

장윤정기자 yunjung@donga.com
주애진기자 ja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