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 대역에 EBS도 끼워넣기 “지상파 챙기려다 재난망 먹통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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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분 반대하던 미래부 돌연 선회
보호대역 줄어 주파수간섭 심해져

정부가 KBS1·2, MBC, SBS, EBS 등 5개 지상파 채널이 700MHz(메가헤르츠) 주파수를 쓸 수 있도록 보호대역을 줄이기로 결정하자 통신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보호대역 축소로 주파수 간섭이 발생하면 방송 화면이 깨지거나 통화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주파수 간섭현상이 심해지면 위급 상황 때 사용하는 재난망이 먹통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은 6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주파수정책소위원회에 출석해 이런 내용을 담은 700MHz 주파수 배분 방안을 밝혔다. 미래부는 지금까지 EBS를 제외한 4개 채널에만 700MHz 주파수를 공급하겠다고 해왔지만 이번에 EBS을 새로 포함시켰다.

최 차관은 “보호대역을 줄여도 괜찮다는 기술적 검증을 거쳐 EBS를 추가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700MHz 주파수는 재난망 20MHz폭, 통신용 40MHz폭, 방송용 30MHz폭으로 최종 배분된다.

오광혁 미래부 전파정책기획과장은 “보호대역에 대한 기술적 검증 결과 국제관례 보호대역인 10MHz폭을 다소 축소해도 큰 문제가 없었다”면서 “700MHz 주파수를 방송에 배분한 것은 국제적으로 처음이기 때문에 국제 관례를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이달 중 국무조정실 주파수심의위원회를 거쳐 700MHz 주파수 분배고시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통신업계와 학계는 정부 결정이 신중하지 못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보호대역을 10MHz 밑으로 낮추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보호대역이 적을수록 간섭현상이 일어날 유인이 크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10MHz를 잡아 놓는 것”이라면서 “보호대역 축소로 간섭이 일어나면 방송이 안 나오거나 음성 통화가 안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T 관계자는 “미래부가 검증을 했다고는 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인 만큼 서두르지 말고 정밀한 추가 검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호대역 축소라는 위험을 감수하고 특정 방송사를 무리하게 끼워 넣는 행보가 재난망 통신망 등을 필요로 하는 다수의 사람을 희생시키는 행태라는 비판도 나온다. 또 주파수를 무상으로 지상파에 조기 배분하면 국가 재정수입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무경 기자 fighter@donga.com
#주파수#700m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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