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반대 권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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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저평가로 주주 불이익”
지분 3분의 1 외국인에 영향줄듯
삼성 “합병 당위성 외면 안타깝다”
국민연금, 지분 11.21%로 늘려
엘리엇 “합병무산땐 이사진 교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에 ‘반대’ 의견을 냈다. 17일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표 대결을 벌여야 하는 삼성그룹으로서는 적잖은 부담을 안게 됐다.

○ ‘주주에게 불리’ vs ‘정당하고 적법한 합병’

ISS는 3일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한 보고서를 통해 “비록 거래조건이 한국 법률에 완벽하게 부합한다고 해도 저평가된 삼성물산 주가와 고평가된 제일모직 주가의 결합은 삼성물산 주주에게 심각하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며 이같이 권고했다. ISS는 양사 합병 이후 수익 전망에 대해서도 ‘지나치게(hugely)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세계 2위 의결권 자문사인 글라스루이스도 2일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엘리엇 측은 “합병안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명확하게 입증한 ISS 측 권고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삼성물산 관계자는 “ISS 보고서가 경영환경, 합병의 당위성과 기대효과, 해외 헤지펀드의 근본적인 의도 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아쉽고 안타깝다”며 “이번 합병이 정당하고 적법하다는 것은 1일 서울중앙지법의 가처분 소송 판결에서도 확인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 국민연금 결정에 주목…삼성은 총력전

ISS의 권고는 외국인투자가들의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주총 결과가 ISS 권고대로 나오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해 8월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 주총에서는 ISS가 반대 의견을 냈지만 미국 자동차업체 크라이슬러와의 합병 안건이 80%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 통과됐다.

결국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의 ‘캐스팅보트’는 국민연금이 쥘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의결권이 있는 삼성물산 주식을 11.21%까지 늘렸다고 이날 공시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지분 확대는 시장 상황에 따른 자연스러운 투자 활동일 뿐 특별한 정책 판단은 없었다”며 “조만간 기금운용본부 투자위원회에서 이번 사안을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올릴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 안건이 통과하려면 참석 주주의 3분의 2와 총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한 표가 아쉬운 삼성물산은 최근 소액주주들에게까지 합병에 관한 설명 자료와 의결권 위임 서류가 담긴 우편물을 보내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엘리엇의 공세

엘리엇은 이날 ‘삼성물산 주주총회 소집통보 및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법원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다. 또 자신들의 주장대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이 무산될 경우 삼성물산 이사진 교체를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합병 실패 이후 구체적인 행동 방향까지 공개함으로써 반대표를 더욱 적극적으로 결집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재계 일각에서는 엘리엇이 이사회 진입 후 자산을 매각하거나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방법으로 주가를 올린 뒤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미국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자회사로 1985년 설립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다. 세계 115개국의 3만3000여 개 상장기업의 주주총회 주요 안건을 분석해 1700여 곳의 기관투자가에게 의결권 행사 방향을 조언한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정임수·주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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