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외환 ‘하나되기’ 힘드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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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결정에도 협상 진전 없어… 외환 노조 “외부 전문가 의견 반영”
하나금융 “고유 경영권… 수용못해”

지난주 법원이 하나-외환은행의 합병절차 중단 가처분 결정에 대해 하나금융그룹이 제기한 이의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되던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의 협상이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내놓으며 시간 끌기 작전을 벌인다며 속을 끓이고 있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이 노조의 주장에 비난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하나금융은 1일 양측의 주장을 공개해 여론의 심판을 받겠다며 하나-외환은행 조기 통합을 위한 경영진과 노동조합 측의 협상안을 공개했다.

협상안에 따르면 노조는 합병 여부 및 시기 등을 노사가 추천한 5명으로 구성된 외부 전문가위원회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하나금융은 “회사의 고유한 경영권에 대해 외부 인사에게 결정을 맡기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통합집행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외환은행 노조를 유지하고 분리교섭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조기통합 논의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구체적인 협상을 벌이지 못하는 데 대해 외환은행 노조 내부에서도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외환은행 본점 분회장과 노조위원장 등이 가진 긴급면담에서도 협상에 소극적인 노조에 대한 노조원들의 비판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협상을 위해 주고받은 게 없지 않느냐는 취지의 조합원 질문에 노조 집행부는 “대화로 원만히 해결하도록 노력하겠지만 투쟁이 뒷받침되지 않는 협상은 종속적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견지했다.

김태훈 부위원장을 비롯해 김기철 전 노조위원장(현 금융노조 조직본부장), 김지성 전 노조위원장, 15년 전 외환은행에서 퇴직한 박상기 숭실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노조 측 대표단이 일반 직원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는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직원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도 “하나-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은 노사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해 어정쩡한 대치 상태가 길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하나-외환은행 통합은 노사 합의를 통해 추진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외환은행#하나은행#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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