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ICT투자 붐… “돈으로 불땔 지경”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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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스타트업 축제 ‘테크 크런치 상하이’ 가보니

8, 9일 양일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최대 스타트업 축제 ‘테크크런치 상하이 2015’의 현장 모습. 해외 각지의 정보통신기술(ICT) 관계자 6000명이 모인 가운데 중국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엑스노드(X-node)’의 부스가 왼쪽에 보인다. 디캠프 제공
8, 9일 양일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최대 스타트업 축제 ‘테크크런치 상하이 2015’의 현장 모습. 해외 각지의 정보통신기술(ICT) 관계자 6000명이 모인 가운데 중국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엑스노드(X-node)’의 부스가 왼쪽에 보인다. 디캠프 제공
《 중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한국을 뛰어넘어 미국 실리콘밸리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8일부터 이틀 동안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최대 스타트업 축제 ‘테크 크런치 상하이 2015’는 이 분야에서 중국이 얼마나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이 행사에는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ICT 기업과 벤처·스타트업, 벤처캐피털(VC) 등 관계자 6000명이 참석하는 등 활기가 넘쳤다. 한국에서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와 한국 화웨이가 선발한 국내 스타트업 9개사가 참여했다. 》

갓난아기를 뜻하는 ‘잉(영)’과 중국어로 ‘귀여운’을 뜻하는 ‘멍(萌)’을 합친 ‘잉멍’은 스마트폰을 활용한 사물인터넷(IoT) 분유 제조기를 만드는 중국 스타트업이다. 부모가 두세 시간마다 끓인 물을 40도 정도로 식혀 분유를 타는 번거로움을 겪는다는 점에 착안했다. 시중에 있는 1000여 가지 브랜드의 분유통 바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정수기처럼 생긴 제조기가 해당 분유의 특성과 아기의 발육 상태에 맞춰 분유를 만들어 낸다.

현장에서 잉멍은 유사한 해외 제품들에 비해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의 경쟁 기업들에 대해서도 이미 상세히 꿰뚫고 있었다. 룽셴몐(龍先冕) 잉멍 대표는 “한국에도 스마트 분유 제조기 기업들이 있다”며 “우리는 분유 정보와 아기의 발육 상태를 보여주는 애플리케이션을 함께 제공할 뿐만 아니라 4만 명의 의사가 24시간 모바일로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 중국은 지금 ‘인터넷 플러스’ 열풍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3월 중국 정부의 새로운 액션 플랜으로 발표한 ‘인터넷 플러스(Internet Plus)’는 모든 생활과 전자기기들에 ‘인터넷’을 더한다는 의미다. 이제 중국에서 IoT보다 더 많이 사용되는 용어다. 알리바바의 결제 시스템 알리페이를 설계한 디자인기업 ARK 대표 윌 장(Will 張)은 “중국의 모든 기업은 이제 자신들의 사업에 ‘인터넷’이라는 또 다른 차원을 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가장 많은 눈길을 끈 곳 중 하나는 민간 하드웨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타이훠냐오(太火鳥)였다. 중국 시장에서 타이훠냐오의 불새 문양을 붙인 스타트업 제품은 브랜드 신뢰도를 상당히 인정받는다.

타이훠냐오 부스에서 공개된 10여 개 IoT 기업은 소형 플러그를 이용해 피부 부위별 체수분을 측정하고 맞춤형 화장품을 추천하거나 뇌파 측정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집중과 명상 훈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범위의 신기술을 선보였다.

“한국도 스타트업 민간투자 활성화해야” ▼

대부분 한국을 비롯한 해외 스타트업들의 동종 제품명과 개발 상황을 꿰고 있었다. 뇌 트레이닝 웨어러블 기업인 매크로텔렉트의 추웨이(邱緯) 매니저는 “중국 업계는 이제 미국 실리콘밸리보다 더 빠르고 강하다”고 말했다.

○ “중국 ICT 한국 추월”

중국 현지 ICT 스타트업 시장은 이미 민간의 투자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2, 3년간 민간 영리 액셀러레이터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한 중국 VC 관계자는 “투자금이 넘쳐나 불을 태워도 될 지경”이라고 표현했다. 장팅(張정) 타이훠냐오 투자부문 매니저는 “자체 선발한 스타트업을 온라인 플랫폼에 올려주고, 에인절투자자와 스타트업을 연계하고, 결과물인 하드웨어 상품의 마케팅과 유통까지 책임지는 모델이 앞으로 중국 시장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투자 붐이 일면서 부동산 기업이 액셀러레이터 사업에 뛰어들고 스타트업 입주 공간 임대업을 겸하는 경우도 급증하고 있다. 상하이 중심부 스카이라인 구역에 위치한 ‘엑스노드(X-Node)’나 최근 중국 최대 부동산 기업인 완커그룹의 부총재 출신이 창업한 ‘유커궁창(Z客工場)’ 등 임대료를 받고 스타트업을 모집하거나 임대료 대신 지분을 확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중국과 달리 한국의 스타트업 지원은 정부 주도로 이뤄진다. 한국 VC인 캡스톤파트너스의 송은강 대표는 “현재 국내 VC 중 3분의 1은 한국 정부가 투자한 기관이고 17%의 한국 스타트업이 창업 시점에서 정부 지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 행사장을 찾은 김광현 디캠프 센터장은 “민간의 ICT 투자나 글로벌 시장 경쟁 측면에서 볼 때 중국은 많은 부분에서 한국을 이미 앞서고 있다”며 “한국 스타트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구조에 대해 위기의식을 가져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 인터넷 플러스(Internet Plus) ::

중국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3월 5일 정부의 새로운 액션 플랜을 발표하며 처음 언급한 용어. 모바일 인터넷과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을 통합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중국 인터넷 기업들의 입지를 확대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상하이=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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