低물가속 수출도 곤두박질… 디플레 우려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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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째 사실상 ‘마이너스 물가’… 4월 수출액 2014년보다 8.1% 급감
수입은 더 큰폭 줄어 ‘불황형 흑자’… “추경-금리인하 등 선제조치 시급”

저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수출 감소세마저 확대되면서 한국 경제가 내우외환의 위기를 맞고 있다. 4월 경제상황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가 부진한 탓에 2분기(4∼6월)에 경기가 반등할 것이란 정부의 전망에도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0.4%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연속 0%대로, 0.4% 상승률은 1999년 7월(0.3%) 이래 최저치다. 게다가 올해부터 갑당 2000원가량 오른 담뱃값 인상 요인(0.58%포인트)을 제외하면 물가가 3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다.

그동안 정부는 가격 변동 폭이 큰 농산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가 2%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를 일축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근원물가는 2.0%로 간신히 2%대에 턱걸이했을 뿐 아니라 1월(2.4%) 이후 넉 달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정부는 석유류와 농축수산물의 가격 안정으로 생계비 부담이 줄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정작 서민들은 저물가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배추(35.3%), 감자(24.0%), 가방(10.6%), 운동화(9.5%), 구내식당 식사비(5.4%), 쇠고기(국산, 4.6%), 중학생 학원비(3.2%), 외식비(2.0%) 등 ‘장바구니 물가’가 높은 탓이다. 특히 경남의 경우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무상급식을 유상급식으로 전환하면서 외식비가 1년 전보다 4.6% 올랐다. 통계청 관계자는 “외식비에 포함되는 학교급식비가 상승하면서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며 “학교급식비의 물가 기여도는 0.05%포인트”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보루인 수출 실적은 악화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날 발표한 ‘4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462억18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1%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엔화가치 하락의 충격파가 컸던 2013년 2월(―8.6%) 이후 2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입액 역시 작년 동월 대비 17.8% 줄어든 377억3000만 달러로 수출, 수입 모두 올 1월부터 4개월 연속 동반 감소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면서 ‘불황형 흑자’는 확대됐다. 4월 무역수지는 84억8800만 달러로 2012년 2월 이후 39개월째 흑자 행진을 지속했다.

각종 경기지표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일각에선 경기 회복을 위해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거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 낮추는 등 선제적 조치에 나서야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지금은 당국이 관망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확장적 재정정책이든 통화정책이든 서둘러 시행해야 성장 둔화를 막을 수 있다”며 “하반기에는 미국의 금리인상, 경제부총리의 거취 등 변수가 많기 때문에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저물가와 수출 부진이 저유가에 기인한 측면이 적지 않은 만큼 생산 소비 투자 등 실물지표 동향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일단 한은의 금리 인하나 정부가 그동안 내놓았던 경기 부양책의 효과를 살펴봐야 한다”며 “2분기 성장이 1%대를 넘지 못한다면 그때 가서 추경 등 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한 검토를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마이너스 물가#디플레#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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