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감원, 기업구조조정 중재때 기록 남겨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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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성 높여 ‘비공식 외압’ 차단… 채권단 50%이상 요청시 중재 가능
거부권 보장… 5월초 법안 발의

국회와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이 공식으로 중재에 나설 수 있도록 하되 중재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남기업 사례에서 보듯 금감원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암암리에 채권단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아예 금감원의 중재를 법적으로 허용하는 대신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12월 기존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의 일몰을 앞두고 새 법안을 준비 중인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실은 이 같은 내용을 금융위원회와 협의 중이다. 정 의원은 5월 초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정 의원실과 금융위는 새 법안에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의 50% 이상이 중재를 요청하면 금감원이 채무조정안을 중재하되 그 내용은 기록으로 남기도록 명시할 계획이다. 중재 내용을 상세하게 기록함으로써 금감원이 특정 회사에 유리하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고 대신 합리적으로 중재에 나서도록 만들겠다는 얘기다. 금융위는 또 이 같은 금감원의 중재안에 대해 채권단의 거부권도 보장할 방침이다.

금융위가 이 같은 방안을 마련한 이유는 2013년 경남기업 구조조정 당시 금감원이 채권단에 추가 지원을 압박했다는 의혹이 최근 불거지면서 금감원의 구조조정 개입이 논란거리가 됐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지난달 23일 “금감원이 경남기업 구조조정에 개입해 주채권은행의 대주주 감자 주장을 묵살했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며 해당 팀장에 대해 문책을 요구하고 금감원에 주의 조치를 내렸다. 현행 기촉법에는 금감원의 업무가 주채권은행 선정과 채권 행사 유예 요청 등 두 가지로만 명시되어 있지만 금감원은 암묵적으로 채권 기관 간 이견 조정 및 자금 지원 방안 마련에 개입해 왔다. 이번에 감사원이 이 문제에 대해 공식으로 문제 제기를 한 셈이다.

그러자 금융계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나치게 몸을 사려 부실기업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부실기업 처리는 채권금융기관들의 이해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금융 당국이 조정하지 않으면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성동조선해양 채권단이 추가 자금 지원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금감원이 ‘경남기업 트라우마’ 때문에 교통정리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금융위가 새 기촉법에 금감원의 개입 근거를 마련키로 한 것도 이런 사정을 감안한 결과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개입을 공식화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긴다고 해서 금감원이 법 규정을 벗어난 무리한 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법에 채권단의 거부권이 명시되어 있다고 해도 감독권이라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금감원의 중재안을 거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금감원의 개입을 투명화하겠다는 취지에 공감한다”며 “감독 당국 스스로 새 기촉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금감원의 과도한 개입이 근절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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