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위기를 기회로’ 해외수익 안정화하고 부채 감축해 적자 탈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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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업그레이드]

‘드라마틱한 반등.’

지난해 한국가스공사(사장직무대행 이종호)를 둘러싼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당장 2013년 2036억여 원의 적자를 보면서 공사 내부에선 위기감이 커졌다. 하지만 가스공사는 1년 만에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을 거두면서 반전에 성공했다. 지난해 가스공사의 당기순이익은 4472억 원으로 2013년에 비해 6508억 원 증가했다. 자산 역시 같은 기간 3조1056억 원 증가한 46조7720억 원으로 집계됐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해외사업을 강화하고 경영효율화에 적극 나선 것이 위기 극복의 비결이었다.

해외사업 수익 가파른 증가

지난해 가스공사의 해외사업 실적은 경이적이다. 이라크 주바이르 사업의 순이익과 미얀마사업의 본격 생산에 따른 순이익은 각각 1143억 원, 462억 원 증가했다. 또 예멘 액화천연가스(LNG) 지분투자사업 순이익이 519억 원 증가했다. 이렇듯 해외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가스공사는 올해도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기대된다. 비록 최근 유가 하락으로 해외수익의 기대치가 떨어졌지만, 해외에서 매년 안정적으로 2500억 원 이상 수익 창출이 가능한 상황이다.

가스공사는 해외사업이 확대됨에 따라 재무위험이 커질 것을 대비해 맞춤형 대응책을 마련해 놓았다. 해외사업별로 특성과 국가리스크를 고려해 경제성 평가체계를 개선한 점이 가장 눈에 띄는 부문이다. 지금까지는 단순 자기자본비용으로 내부할인율을 적용했으나 앞으로는 사업별 성격과 국가리스크를 고려한 가중평균한 자본비용(WACC)으로 내부할인율을 산정하도록 했다. 크레디트 라인(Credit Line) 추가 확보(1조5000억 원)를 통해 유동성 위기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도 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해외사업에서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수익성과 변동성을 기준으로 5개군(A+, A, B, C, D)으로 분류해 사업을 분기별로 관리할 계획”이라며 “매월 사업의 재무위험을 모니터링하는 한편 만기 분산을 통해 특정 연도에 차입금 상환 부담이 집중되는 것을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가스공사는 해외 진출을 국내 중소업체들과 동반성장하는 기회로도 삼고 있다. 그동안 해외에서 총 8개의 E&P 연관사업을 추진하면서 민간기업 해외 진출을 이끌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가스공사와 해외에 동반 진출한 민간기업은 모두 20개사로 누적 수주액만 106억 달러에 이른다. 단순히 해외 진출만 견인할 뿐만 아니라 조선·플랜트 등 국내 연관 산업의 동반성장을 통해 중소기업 58개사에서 4380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국제가스전시회 ‘Gastech 2014’를 개최하면서 국내 중소기업 22개사가 자사 제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그 결과 중소기업들이 해외 우수 에너지기업들과 사업 미팅을 가지는 등 해외 진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았다.

경영효율화에 박차

경비 절감 및 인건비 반납 등 전사 차원에서 경영 효율화에 나서 1253억 원의 예산을 절감한 것도 사상 최대의 당기순이익을 실현하는 데 크게 일조했다. 그동안 가스공사는 부채 감축 등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세계 최초로 신종교환증권(HEB) 3086억 원을 발행해 △블록딜 대비 자사주 매각 규모 21% 증가 △장기·저금리 자금 조달 성공 △자본 확충 및 부채비율 16%포인트 개선이란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 또 효율적인 매각계획을 수립해 LNG 캐나다 지분을 조기에 매각하는 데 성공해 821억 원의 부채를 감축했다.

가스공사는 노사 합의를 통해 ‘8대 방만 경영 항목 정상화 계획’을 이행하고 생산성 향상을 위한 성과중심의 임금체계를 강화했다. 방만 경영 개선계획에 따라 복리후생비를 감축하고 3급 이하 직원들의 성과급 차등지급률을 대폭 확대했다. 여기에 1급 간부급 직원들은 임금 동결에 나섰으며 2급은 기본 연봉 대비 1.7% 인상분을 반납하며 경영정상화에 솔선수범해 참여했다.

가스공사의 인사팀 관계자는 “처음에는 노동조합과 직원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이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며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설득에 나서 이해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며 “노사 간에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복지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고의 기술수준

‘0.0053%.’

가스공사는 지난해 세계 최고 수준의 천연가스 손실률(도입량 대비 판매량 차이)을 달성했다. 도입 LNG 열량산정 방법을 통일하고 저장탱크 내 LNG재고열량 산정의 정확도를 향상시켜 0.053%의 손실률을 나타낸 것. 주요 글로벌 경쟁기업인 SNAM Rete(이탈리아)는 0.13%, National Grid(영국)는 0.50%, Califonia Gas(미국)는 1.00%의 손실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확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가스공사는 최적의 규정열량 관리를 통해 고품질 천연가스 공급에 노력하고 있다. 열량폭 ±1%(규정열량) 범위 초과지점이 2013년과 비교해 약 38.3% 감소했다. 지난해는 동일 열량 공급 시 기존 방식(표준열량제) 대비 원료비를 약 1476억 원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보안과 안전 분야에서도 완벽을 자랑한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의 보안감사에서 정보보안분야 41개 기관 중 종합평가 1위를 차지했다. 사이버테러 등으로 인한 정보시스템 침해사고는 아직까지 없지만 올해 9월부터 사이버관제센터를 운영하는 등 일말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 또한 가스공사는 안전문화수준(ISRS-C) 지수 6.7(국내 평균 4.8), 경영시스템수준(ISRS) 지수 8등급, 재해율 0.03%(2013년 전기가스수도업 재해율 0.13%) 등을 달성해 글로벌 수준의 안전경영을 실현했다.

가스공사는 세계 최고의 기술 수준을 이어갈 인재를 뽑기 위해 인재 채용 시스템도 전면 개편했다. 가스공사 측은 “2013년 공기업 최초로 서류전형을 폐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어학성적을 폐지했다”며 “스펙을 타파한 직무능력 중심으로 인재를 채용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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