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의 ‘캐시 카우’ 흔드는 이해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李, 게임업체들과 유통-마케팅 공동진행 ‘네이버 프로젝트’ 가동


‘포털 공룡’ 네이버가 국내 모바일 게임 플랫폼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본격 행보에 들어갔다. 이미 모바일 게임 플랫폼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한 다음카카오와의 ‘정면 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네이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국내 주요 모바일 게임업체와 접촉을 시작했다. 네이버 프로젝트는 네이버가 모바일 게임의 유통 및 마케팅 과정 전반을 지원하는 대신 모바일 게임에 네이버 브랜드를 노출시키는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다.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네이버의 라이벌 다음카카오의 주요 ‘캐시 카우(cash cow·안정적 수익 기반)’다. 이 때문에 게임업계에서는 네이버 프로젝트가 다음카카오의 주요 수익원을 흔드는 네이버의 공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음카카오가 거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 플랫폼 시장을 네이버가 빼앗아오려는 시도라는 뜻이다. 네이버는 이 프로젝트에만 300억 원 가까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게임업체들의 ‘탈(脫)카카오’ 현상을 유도해 김범수 의장(다음카카오)의 게임 관련 매출을 흔들고, 이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려는 이해진 의장(네이버)의 노림수”라며 “신성장동력을 찾는 네이버가 다음카카오에 도전장을 던진 셈”이라고 말했다.

○ ‘for Kakao’ 대신 ‘with NAVER’

네이버 프로젝트는 게임회사인 넷마블게임즈(넷마블)가 지난달 11일 출시한 모바일 게임 신작 ‘레이븐’을 통해 처음 시작됐다. 네이버는 네이버 사이트 및 주요 게임 관련 웹사이트에 레이븐을 노출시키는 온라인 광고는 물론이고 지하철과 TV 광고 등 오프라인 마케팅에 필요한 비용으로 넷마블에 약 150억 원 규모의 투자 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븐은 출시 일주일 만에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등에서 모바일 무료 게임 순위 1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네이버는 넷마블의 모바일 게임 차기작 ‘크로노 블레이드’에도 레이븐과 마찬가지로 15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사전등록 △TV CF △배너광고 △크로스마케팅 등 레이븐의 마케팅 과정과 비슷하게 크로노 블레이드 출시를 도울 계획이다.

넷마블은 넥슨, 엔씨소프트에 이어 국내 게임업계 3위 업체다.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PC 게임 위주여서 모바일 게임 부문에서는 넷마블이 1위로 꼽힌다. 이 때문에 게임업계에서는 “넷마블이 오랜 시간 준비해 온 모바일 게임 대작들이 ‘for Kakao’가 아닌 ‘with NAVER’라는 꼬리표를 달고 서비스되는 것만으로도 다음카카오의 자존심이 크게 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성공한 모바일 게임 업체와 차례로 접촉하며 차기작을 네이버 프로젝트로 끌어들이기 위해 협상 중”이라며 “이미 몇몇 후속작과 계약이 임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협력자이자 경쟁자, 김범수 vs 이해진

네이버 이해진 의장과 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국내 정보기술(IT) 시장의 최강자 자리를 놓고 때로는 협력을, 때로는 경쟁을 이어왔던 서울대 동기(86학번)다. 최근 4년간 모바일 시장에서 정면 승부를 벌인 두 사람의 경쟁은 지난해 10월 1일 김 의장이 카카오와 다음을 합병한 뒤 더 치열해졌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다음카카오의 합병이 네이버에 비해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약점을 보완하려는 김 의장의 승부수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번 네이버 프로젝트는 모바일 시장을 장악한 다음카카오의 영향력을 흔들기 위한 네이버의 반격인 셈이다.

다음카카오는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팔린 유료 게임과 아이템 매출의 21%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지난해 다음카카오 매출 8983억 원 중 28.6%인 2576억 원을 게임에서 벌여 들였을 정도로 게임은 다음카카오의 확실한 수익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레이븐의 흥행 성공은 다음카카오에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카카오게임에 ‘입점’ 하지 않고도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탈카카오’ 현상이 업계 전반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곽도영 now@donga.com·서동일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