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시대 ‘위기의 은행’… 수익성 사상 최저수준 떨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2014년 순이자마진 1.79% 그쳐
예대금리차 줄면서 이자수익 감소… 정부 규제로 수수료 수입도 한계
“과감한 인력-점포 구조조정 나서고 해외진출-핀테크 등 활로 찾아야”

저성장·저금리의 장기화 등으로 국내 은행들의 수익성 지표가 지난해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은행업의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에도 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과 포화 상태에 이른 가계대출 등으로 은행들의 순이익이 작년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짙다. 이에 따라 ‘공짜’나 다름없는 은행 수수료의 현실화나 금융회사의 과감한 인력·점포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8개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총 6조2000억 원으로 전년(3조9000억 원)보다 2조 원 이상 늘었다. 하지만 2011년(11조8000억 원)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그나마 대손비용 감소 등 일회성 요인이 작용한 게 이 정도였다.

반면 은행의 본질적인 수익성을 나타내는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1.79%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1.98%)보다도 낮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속적인 저금리로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차이(예대마진)가 줄면서 은행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자수익이 바닥을 기고 있기 때문이다.

수수료 등 비이자수익 역시 지난해 3조6000억 원으로 2013년(4조1000억 원)보다 줄었다. 당국의 규제 등으로 은행들이 각종 수수료 이익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데다 해외 진출로 벌어들이는 수익도 변변치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은행권 수익이 갈수록 줄면서 지난해 보험업계의 순이익 합계가 처음으로 은행권을 추월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은행권의 수익 악화가 올해에도 계속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최근 각국이 자국의 통화가치를 끌어내리는 ‘환율 전쟁’을 벌이고 있어 조만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더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은행 예대마진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수익성이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1000조 원을 넘은 가계부채를 제어하기 위해 당국이 개인 신규대출을 억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은행들에는 부담이다.

손상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경기가 나빠 저금리가 이어지고 있고, 정부가 대출금리와 수수료를 내리라는 압력을 넣는 데다 은행들끼리 과당경쟁을 벌이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이 상태가 길어지고 가계나 기업에서 부실 여신이 많이 나온다면 은행들의 상황이 매우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등 금융업을 둘러싼 여건은 당분간 개선되기 힘든 만큼 해외 진출 확대와 핀테크 산업 진출 등으로 수익성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담보 위주의 대출 관행을 개선하고 여신 평가 능력을 높이는 것도 중장기적인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장은 “국내 은행들도 글로벌 진출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특히 해외의 중견 이상 되는 큰 은행들을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를 해서 현지인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영업을 전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저금리시대#위기의 은행#수익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