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중저가 주택까지 복비 폭탄” 소비자단체 집단행동 태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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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정 복비’ 전국 후폭풍

“지금까지 이사할 때는 공인중개사와 상의해서 부동산 중개보수를 정했는데 이제는 깎지도 못하는 거 아닙니까? 집값이 워낙 비싸 중개보수만 해도 몇백만 원인데….”

지난달 경기 성남시 분당의 6억 원대 아파트를 판 주부 채송희(가명·57) 씨는 4월 매입자에게 잔금을 받을 때 무조건 300만 원이 넘는 중개료를 내야 할 판이다. 채 씨는 “지금까지는 매도자와 매수자가 같은 중개사에게 중개를 의뢰할 경우 중개료율 범위 안에서 흥정해 중개보수를 낮출 수 있었는데 이제 꼼짝없이 정해진 요율만큼 내야 한다”며 “주변에서 ‘언제 이사를 가야 복비를 덜 내냐’고 서로 묻는 등 혼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봄 이사 성수기를 앞두고 경기도발(發) ‘고정 복비’가 후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11월 ‘반값 복비’의 가이드라인을 정해 지방자치단체들에 전달했지만 지자체 의회들은 이를 외면하는 분위기다.

경기도의회가 5일 정부 권고안을 수정해 고가주택(매매는 9억 원 이상, 전세는 6억 원 이상)을 제외한 모든 거래에 고정요율제를 적용하는 안을 상임위에서 통과시키자 같은 날 저녁 전북도의회는 정부 권고안대로 조례를 수정하려다 보류했다. 세종시의회도 3일 상임위에서 정부 권고안대로 원안을 통과시킨 뒤 6일 본회의에 상정하려다가 이 계획을 미뤘다. 주택 거래가 많은 서울시와 인천시도 눈치 보기에 들어갔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개보수 개정은 워낙 의견 대립이 심해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정요율제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공인중개사들에게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이번에 정부 권고로 중개보수료율이 낮아져 고가주택이 많이 몰린 지역의 중개사들은 이익이 급감해 생존권을 위협받을 정도”라며 “고정 요율을 정하면 소비자와 공인중개사 간 분쟁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고정요율제가 확대되면 중저가 주택을 거래하는 서민들까지 중개료를 많이 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3억 원짜리 집을 사고 팔 때 정부 권고안에 따르면 120만 원 이하에서 중개료를 정할 수 있었지만 경기도의회의 방안대로면 무조건 120만 원을 줘야 한다. 고정 요율이 아니라 상한제로 중개보수를 결정하는 오피스텔과의 차별도 문제로 지적된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국장은 “오피스텔이든 일반 주택이든 요즘은 주거용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주택만 고정 요율을 적용하면 상대적 차별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중개료 지불을 피해 계약서 없이 재계약을 진행하는 사례도 늘 것으로 보인다. 임은경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계약서 없이 부동산 거래를 하는 사람이 늘면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문제 때문에 세입자와 임대인 간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비자단체들은 경기도의회가 일방적으로 공인중개업계의 손을 들어줬다며 집단행동에 나설 태세다. 10개 소비자단체들의 연합체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경기도지회 차원의 대응을 중앙 차원으로 확대해 집회를 개최하거나 성명서를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조은아 achim@donga.com·홍수영 기자
#복비#중개수수료#고정 복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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