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과 다른 ‘슈퍼리치’ 투자법…그들이 돈버는 방법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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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고액자산가 A 씨는 최근 독일산 슈퍼카 ‘포르셰’로 큰 돈을 벌었다. 포르셰를 싸게 사서 되판 게 아니라 포르셰 주식을 통해서다. 지난해 가을 그는 폴크스바겐그룹의 지주회사인 ‘포르셰SE’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지난해 6월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인하해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자 유럽의 수출 중심 제조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의 예측은 맞았다. 폴크스바겐그룹 계열사인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셰 등의 실적이 향상되면서 지주회사인 포르셰SE의 주가가 매입 시점보다 13% 가량 올랐다.

#2. 사업가 B 씨는 엔화약세를 투자 기회로 삼았다. 지난해 10월 일본은행(BOJ)이 추가 양적완화를 발표해 엔화약세 현상이 두드러지자 일본 자동차업체 도요타와 전자 부품업체 알프스전기 주식을 사들였다. 엔화 약세로 혜택을 볼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주식을 환매해 약 20%의 수익을 올렸다.

수십억 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슈퍼리치’들이 돈을 버는 방법은 일반 개인투자자들과는 다르다. 기껏해야 국내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는 개미들과 달리 해외로 눈을 돌려 세계 경제흐름을 주시한다. 이들의 투자법이 투자할 곳을 잃어버린 개미들에게 ‘길’을 제시해줄 수도 있다. ‘슈퍼리치’들의 돈을 관리하는 프라이빗뱅커(PB)들을 통해 그들만의 남다른 투자법을 들여다봤다.

○ 개미들과 다른 ‘슈퍼리치’ 투자법

메릴린치 출신의 1세대 PB인 김진곤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 상무는 가문(household) 단위로 고객을 관리한다. 10개 가문을 관리하는데 이들이 맡긴 총 자산은 약 3000억 원 규모다.

김 상무에 따르면 ‘슈퍼리치’들은 무엇보다 글로벌 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환율과 금리, 지정학적 리스크에 관심을 기울인다. 확실히 돈이 되는 투자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다. 올해 초 김 상무는 고객으로부터 “러시아 국영가스공사인 가즈프롬에 루블화로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깜짝 놀랐다. 지난해 달러화 표시 가즈프롬 채권을 판매하긴 했지만 루블화로 투자할 수 있을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침 루블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어 루블화 채권은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투자 수단이었다.

그는 “최근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가연계증권(ELS) 등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슈퍼리치들은 자산의 70% 이상을 해외 채권과 주식에 직접 투자한다”며 “해외 투자에 있어서 ‘길가에 피가 낭자할 때가 투자의 적기’라는 세계 최대 부호인 로스차일드 가문의 격언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슈퍼리치’ 공략하라…증권사들 잰걸음

최근 저금리와 저성장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대형 증권사들도 ‘슈퍼리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는 우리투자증권 시절인 2011년 메릴린치 서울사무소 PB조직을 흡수해 만들어졌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점 평균 한 달 수익은 5억 원 정도지만 슈퍼리치를 대상으로 하는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는 15억 원 이상을 벌어들이고 있다.

삼성증권은 금융자산 30억 원 이상의 초고액 자산가를 전담하는 ‘SNI(Special Noble Intelligent) 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맞춤형 사모펀드와 자문형 랩 등 다양한 상품과 전문가 컨설팅을 제공하며, 2세 경영인을 대상으로 ‘삼성증권 Next 최고경영자(CEO) 포럼’도 개최한다. 삼성증권 SNI 본부는 현재 초우량고객 자산 10조 원 이상을 관리하고 있다.

슈퍼리치들을 직접 찾아가는 출장 서비스도 생겨났다. 현대증권은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애널리스트가 직접 찾아가는 ‘able 프리미어 컨설팅’을 제공한다. 하나대투증권도 본사에 포트폴리오솔로션팀(PST)을 꾸렸다. PST는 직접 초고액자산가 고객을 만나 포트폴리오 설계와 세금, 상속, 증여 등의 상담이 한 번에 이뤄질 수 있도록 구성됐다. 유안타증권은 서울 이외 지역 세무, 부동산 출장 컨설팅 ‘방방곡곡서비스’와 손실자산 비율조정(리밸런싱)을 위한 ‘포춘 케어(Fortune Care) 서비스’를 올해부터 시행한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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