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융권 ‘政피아 감사’ 막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당국 ‘감사위원회 모범규준’ 추진… 금융사고 차단할 내부통제 중점
감사 자격-책임범위 강화하고 준법감시인에 업무정지권 부여도

앞으로 금융에 대해 전문성이 없는 정치권 출신 ‘낙하산 인사’가 금융회사 감사 자리를 차지하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마련해 사외이사의 자격 기준을 강화한 금융당국이 올해 안에 준법감시인 및 감사위원회에 대한 모범규준을 내놓기로 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2일 “올해 업무계획 중 하나로 금융회사들의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준법감시인 및 감사위원회에 대한 모범규준을 새로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 도쿄지점 불법대출 사건 등 지난해 금융권에서 잇달아 일어난 사고 대부분은 내부 감시만 제대로 이뤄졌어도 막을 수 있었다는 게 금융위 내부의 인식이다.

준법감시인과 감사위원회 제도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을 감시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에 따라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의 상장기업은 이사회 안에 사외이사가 3분의 2 이상인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둬야 한다. 또 모든 금융회사는 준법감시인을 둬야 한다. 하지만 이 제도가 실제 금융사고를 사전에 막지 못하는 ‘허울뿐인 제도’로 전락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금융권에서는 감사위원회 제도가 제 역할을 못하는 주요 원인으로 정치권 등의 낙하산 인사를 들고 있다. 금융회사의 상근감사는 내부 통제의 최고책임자로 최고경영자(CEO) 다음으로 중요한 자리로 평가받지만 특별한 자격 요건이 없어 ‘정치권 낙하산’이 내려오는 자리가 돼 왔다.

금융위는 지난해 ‘금융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통해 CEO와 사외이사에 대해 낙하산을 배제할 수 있도록 ‘금융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출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상근감사는 이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 가운데 지난해 10월 우리은행 상근감사위원 자리에 친박연대 대변인을 지낸 정수경 변호사가 선임됐고, 9월에는 박근혜 캠프 출신인 공명재 계명대 교수가 한국수출입은행 감사로 임명되는 등 지난해에만 총 10여 명이 낙하산을 통해 자리를 차지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금융감독원 출신들의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자 정치권 낙하산이 이 자리를 대신 차지한 셈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감사는 경영을 감시하는 막중한 자리”라며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거나 한번 자리를 차지한 감사가 몇 년씩 눌러앉아 있는 일은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올해 정비할 모범규준에는 감사의 자격요건과 책임 범위를 강화하는 한편 준법감시인의 지위를 높이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준법감시인이 모든 업무회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위법사항이 발생하면 업무정지 요구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금융#낙하산#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사외이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