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금융 우수 은행에 100억 혜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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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실적 상위 2곳, 신용-기술보증기금 출연료 깎아줄 것”
1월말 ‘혁신성 평가’ 결과 발표

금융당국이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해 은행들을 3개 그룹으로 나눠 기술금융 실적이 그룹 안에서 좋은 상위 2개 은행에 대해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에 내는 출연료를 깎아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실적이 나쁜 3개 은행에는 출연료를 더 물릴 계획이다. 1위 실적을 낸 시중은행이 신보·기보 출연료를 100억 원 이상 아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국내 은행권을 △시중은행 △지방은행 △특수은행 등 그룹별로 ‘은행 혁신성 평가’를 실시해 이달 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시중은행 그룹은 국민 신한 하나 우리 외환 농협 한국씨티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 등 8개 은행으로 구성된다. 지방은행 그룹은 수협 부산 대구 전북 광주 제주 경남은행 등 7개 은행으로, 특수은행 그룹은 기업 산업 수출입은행 등 3개 은행으로 이뤄진다.

금융위는 기술금융 확산, 보수적 금융관행 개선, 사회적 책임 이행 등 3개 항목으로 나눠 혁신성을 평가할 예정인데, 특히 이중 기술금융 분야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은행들의 신보·기보 출연요율을 차등화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술금융 실적과 함께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출에 임했는지에 대한 정성평가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길 예정인데 아무래도 대출실적이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이 될 것”이라며 “시중은행 가운데 1위 은행의 출연료 부담이 100억 원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대출을 할 때 신보 또는 기보의 보증을 활용하는데 이를 위해 매년 두 기관에 일정금액의 출연료를 낸다. 은행권은 2013년 총 1조3153억 원의 출연료를 냈을 정도로 적지 않은 부담이다. 금융위는 그룹별로 1, 2위 은행의 출연료를 낮춰주고 하위 3개 은행의 출연료 부담을 높이되 전체 출연료 규모는 유지할 방침이다. 다만 정책금융 분야에서 각기 다른 역할을 맡고 있는 특수은행은 출연요율 차등화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정부의 기술금융 활성화 정책에 따라 은행권이 기술금융을 적극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신한은행과 기업은행이 이 같은 증가세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2일 현재 은행권의 전체 기술금융 대출 잔액은 6조6634억 원으로 지난해 8월 말 7262억 원의 9배로 증가했다. 작년 12월 12일 기준 신한은행의 기술금융 규모는 1조4391억 원으로 국내 은행 전체에서 가장 많았다. 기업은행은 1조4211억 원으로 신한은행을 바짝 뒤쫓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은행 간의 경쟁이 한계상황에 이른 현 시점에 ‘기술금융’은 신(新)시장으로서 의미가 있다”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은행들을 독려하고 있다는 점도 기술금융 증가에 영향을 줬다”고 전했다. 반면 외국계 은행은 소극적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씨티은행과 SC은행의 기술금융 대출 잔액은 각각 58억 원과 54억 원에 불과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기술금융 실적에 따라 신보·기보 출연료를 차등화하기로 하자 논란도 일고 있다. 기술금융 실적이 좋은 은행들은 정부의 정책기조에 맞는 정당한 조치라고 환영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은행권의 무리한 실적 쌓기 경쟁을 유발해 자칫 부실 대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들이 정부 정책을 의식해 제대로 대출심사를 하지 않고 기술금융 확대에 나섰다가 ‘제2의 모뉴엘 사태’가 촉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기술금융의 경쟁적 취급은 돈을 빌린 사람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키고 은행의 대손비용 급증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기술금융#금융위#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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